Category아레오 (40)

"가혹행위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공군"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가라앉은 흙탕물을 휘젓는 기분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그가 맨 처음 꺼낸 말이다. 그는 "지훈이가 죽은 후 1년 동안은 가라앉은 흙 대신 위에 걸러진 맑은 물만 봤지만 이렇게 언론과 접촉하며 그 가라앉은 흙들이 다시 떠오르도록 섞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수십 번을 반복한 이야기지만 아들의 죽음을 되새기는 일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7월 군대 내 가혹행위로 자살한 고 김지훈 일병(당시 22세)의 아버지 김경준 교수(54)를 12일 판교역 근처의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순직처리 하겠다더니 '일반사망' 통보 아들 지훈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입대한 지 다섯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7월 1일이었다. 제15비행단 단 본부에 배속된 날로부터는 겨우 4..

"편하고 싸요" 대학생 싣고 달리는 귀향버스 탑승기

기차를 예매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대에 기차를 예매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하고 학생복지위원회(학복위)의 ‘한가위 귀향버스’를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 부산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KTX 요금이 57300원인데 비해 학복위의 귀향버스는 16000원이다. 일반 고속버스가 2~3만 원대인 것과 비교해도 귀향버스는 아주 저렴한 편이다. 왕복 10만 원이 넘는 교통비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겐 단연 매력적이다. 학교에서 출발한다는 것도 쏠쏠한 장점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기숙사에 살거나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떨어진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학교에서 바로 버스에 탈 수 있다는 것이..

[죽은 대학의 사회④] 뭉쳐야 산다,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는 사람들

대학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니 소속 학과가 사라져 있었다’, ‘휴학을 하고 돌아오니 전혀 다른 학과 소속이 되어 있었다’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일반 학생들과 동떨어진 도시 괴담이 아니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학과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이 됐다.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학과의 존립을 넘어 대학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논리에 ‘따로 또 같이’ 대응했다. 물론 구조조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함께 맞서자”고 말하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사립대학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중앙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맞섰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

“학보는 짜장면, 교지는 냄비… 결국 다 우물 안 개구리다”

8월의 마지막 날 오후, 관악도서관 5층 대강의실에서 대학독립언론포럼 ‘독박(獨縛)-독립언론을 한데 묶어내다(독박)’이 열렸다. ‘독박’은 성균관대 독립언론 와 중앙대학교 독립언론 이 공동으로 기획한 포럼이다. 학보사와 교지로 대표되는 대학언론을 대상으로 포럼이 개최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독립언론이 주축이 돼 독립언론 중심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론장은 ‘독박’이 처음이다. “독립언론은 태생적으로 학칙 위반한 셈” 포럼은 기획 단체인 와 의 발제로 시작됐다. 의 강남규 편집위원은 대학 내에서 독립언론이 자리를 생겨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학보사와 교지 같은 기존의 대학언론에서 한계를 느낀 학생들과, 대학언론에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공론장을 필요로 했던 학생들이 독립언론 탄생의 주..

학생들이 직접 마련한 해고강사의 강의실

21일 오후 7시,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도서관에 작은 강의실이 마련됐다. 강의실은 소박했다. 칠판이 없어 종이 몇 장을 책장에 덧댔고, 준비한 유성매직은 잉크가 떨어져 수시로 바꿔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에 참석한 30여 명은 강의가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강사는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 사람들에게는 ‘고려대에서 해고된 시간강사’로 더 잘 알려진 김영곤 교수는 이날 ‘한국 노동사와 사회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가량 강의했다. 이날 강의는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부당해고강사들의 릴레이 대중강연회 ‘빼앗긴 강의실에도 봄은 오는가?’의 첫 시간이었다. 김영곤 교수는 세계의 노동사를 네 가지 단계로 설명했다. 수렵과 채취, 농경과 축산, 공장제 자본주의, 공동체주의가 ..

‘정보공개’시스템? 이름값 좀 하시죠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기관과 그 밖의 일부 단체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제도를 이용하고 싶으면 청구인의 간단한 개인 정보와 청구하는 정보의 내용 등을 기재해 해당 기관에 청구하기만 하면 된다. 며칠 전 나는 말로만 듣던 이 제도를 이용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상은 30여 개의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사립대학은 관련 법률 시행령에 근거해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에 포함된다). 홈페이지가 친절히 알려주는 대로 청구서를 기재하고 제출했다. 법령엔 10일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기에, 나는 이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청구서를 제출한지 몇 시간 지..

여름날의 한국일보를 기억하세요?

지난여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바로 사태다. 경영진의 횡령과 불법 인사를 지적한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나앉고, 기자의 이름도 적히지 않은 정체불명의 기사로 가 누더기가 된 것이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당시 시사IN은 이 사태를 저널리즘이 아닌 ‘너절리즘’이라 이름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5일 용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던 편집국은 25일 만에 기자들에게 개방되었고 신문 역시 온전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너절리즘’이라는 단어는 계절이 돌아 다시 여름이 왔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몰상식한 보도 행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불과 100일, 언론은 유대균, 박수경과 관련한 황당한 보도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특히 채널A의 보도와 TV조선의 보..

대통령도 뽑는데 총장은 왜 못 뽑나요?

서울대학교 총장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 성낙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장 후보자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사회 측은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서울대의 총장 선거는 기존의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치러진 첫 총장 선거다. 교수나 직원 등 대학구성원의 직접 투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직선제와 달리, 간선제는 총장추천위원회나 대의원회에 총장 후보 선임의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간선제는 직선제에 비해 다양한 대학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 대학의 자율과 민주성이 훼손될 염려가 ..

[고함20 대학평가] 어디 쓰는지 알고 내세요? 대학 입학금 현황

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