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립대들이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이월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53개교의 2012년 예산과 결산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예산 편성 당시 1594억 원이었던 이월금이 결산에서는 1조 1668억 원에 달했다. 당초 편성한 예산의 7.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월금은 해당 회계연도에 사용되지 않고 다음 해로 넘어가는 잔액이다. 정 의원은 이월금이 쌓이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대학 측이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했거나 일부러 예산을 부풀려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수백억 단위의 자본을 굴리는 대학 측이 예산의 수배가 넘는 오차를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며 푸념하던 대학 측이 예산 부풀리기를 통해 등록금 폭탄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측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하여 발생한 오차라 변명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높였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월금의 86.2%에 달하는 금액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 회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이 불필요한 예산을 걷어 들임으로써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학생 측임이 분명하다. 대학 측의 고의적인 예산 부풀리기로 인한 부담이 직접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월금의 내용과 발생 경위, 향후 사용처에 대한 해명은 부실하다. 실제로 뚜렷한 용도가 지정되어 이월된 경우 외에 사유가 불분명한 기타 이월금이 전체 이월금의 70%에 달했다. 또한 이월된 금액 역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쓰이지 않고 사립대학 적립금의 일부로 흡수될 뿐이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배만 불리고 있다.

같은 날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327개 4년제 사립대와 전문대, 대학원대학교의 2012년도 회계를 분석한 결과 누적 적립금 총액은 11조 4700억원에 달했다. 사립대학 측의 적립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 측은 그동안 무분별하게 걷어온 이월금에 대한 실태를 명확하게 밝히고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대학 운영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하고,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이 이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