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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416] 세월이 가도 잊지 않을게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했다. 탑승 인원 476명 중 생존자는 사고 당일에 구조된 172명뿐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246명을 포함해 29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 9명은 바다에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세월호 참사'라 부른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 세월호를 묻으라고 하지만, 고함20 기자들은 계속해서 세월호를 이야기할 것이다. 블루프린트 아무도 허무함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땅에서 참사 이후를 고민하는 대화들은 늘 그 필요성과 효용에 대한 냉소, 나아가 '지겹다'는 말에 도전해야 했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모두 무가치한 취급을 받는 이 곳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뷰티풀 군바리', 군대이야기가 관음이 되는 순간

네이버 웹툰에서 '작가의 말'과 댓글란은 네이트의 베댓과 역할이 같다. ‘선리후감’은 일상이고, 작가들은 늦은 업로드를 사과하거나 무언가를 알린다. 그 자체로 웹툰의 일부인 것이다. 이 '부록' 중 네이버 월요웹툰 ‘뷰티풀 군바리’는 현재 가장 뜨겁다. 여성의 군복무가 의무가 된 세상을 두고 소위 ‘남녀 대립’의 장이 펼쳐진다. 여기에서의 편 가르기는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 - 댓글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렇게 믿어야하는 - 의 삿대질로 시작된다. 남성이 병역의무를 지는것에 고마워하지 않는, 혹은 외모가 뛰어난 여성에게 열폭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이들을 향한 공격은 사뭇 진지하다. “싸우지 말라”는 작가의 당부는 순진해 보일 정도다. 훈계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댓글러’들은 말할 자격을 스스로 발급한다..

[트렌드 20] 언제나 주인공, 세가지 고양이 게임 체험기

오늘도 고양이는 SNS를 도배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위한 환경을 꾸며놓는 게임인 ‘네코아츠메’ 스샷을 보면서 대리만족했다. 이 마성의 게임을 중심으로 발매된 시기는 다르지만 고양이의 매력을 각자 강조한 게임을 직접 해봤다. 만렙이 될 때까지,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네코아츠메/ 예비 고양이 집사들의 필수관문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지만 놀러오도록 만들 수는 있다. 마음대로 왔다가 사라지는 고양이의 특성을 반영한 게임이다. 짧은 일본어로 더듬더듬 읽어가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놀잇감에 특화된 몇몇 '스페셜' 고양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고양이는 비슷한 생김새다. 몸통의 무늬와 색이 다르고, 행동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놀러오는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찍다..

[트렌드 20] 나의 인스타그램 적응기

시작은 그냥 혼자놀기였다. 인스타그램(인스타)보다는 트위터에 먼저 흥미가 생겼고, 거기에도 사진은 올라왔다. 주위에서 환상적인 먹스타그램 세계를 이야기해도 심드렁했다. 웹에서는 사진을 업로드 할 수 없다는 점에 정이 가지 않았다. 스마트폰 구입 한참 뒤에야 인스타그램에 가입했고, 그나마도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올려서 가끔 열어보는 사진첩으로 이용했다. 이제 슬슬 써볼까 싶었을 때는, 오랜 휴면상태로 인해 아이디를 아예 까먹었다. 아이디를 찾기 위해 연상되는 모든 단어조합을 입력했다. 혹시 인스타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말하자면, 그렇게 하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인스타 유저에게 계정확인 이메일이 전송된다. 나는 적어도 6명의 유저에게 이메일을 보낸 끝에 아이디를 찾을 ..

어그로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마음 깊숙하게 모두가 ‘예’를 말할 때 ‘아니오’를 외칠 개성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 기업, 언론에서 나오는 거대한 목소리를 마치 진리인 듯 떠받들며, 그것을 벗어나는 자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 때문에 개인은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런 발언을 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자기검열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에 묻어왔다. 이것이 고함20의 연재 ‘어그로20’가 시작된 이유다. 어그로20은 2014년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에 발행됐다. 사회 이슈, 교육, 연예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다. 단순히 어그로 만을 끌기 위함은 아니었다. 한 방향으로 주도된 ..

[트렌드 20] 홈메이드 라면버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라면버거는 실수의 반복일까, 위대한 창조물일까? 라이스버거와 김치버거 등 엄청난(?) 메뉴를 내놨던 롯데리아가 무려 '라면'으로 버거를 만들었다. 라면버거를 집에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간을 하지 않으면 맛을 내기 힘들 것 같았다. 라면버거에 발린 소스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홈메이드 라면버거에는 카레가루와 라면스프가 맛의 핵심을 이룬다. 롯데리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에는 빵빵한 닭고기 패티가 있지만 그걸 만드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서는 안 된다. 굳이 라면버거를 사 먹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중요한 건 패티가 아니라 라면번(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이다. 패티로 스팸과 달걀프라이를 준비했다. 홈메이드 라번버거재료 : 달걀, 원하는 종류의 라면, 라면 스프..

고함20 2014 어워드

따듯한 이불에 들어가 TV 연말 시상식을 보다 보면 문득 이대로 2014년을 보내기 아쉽다. 그래서 속 깊은 고하미들이 한 해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올해의 어워드'를 준비했다. 그냥 어워드는 아니다. 아이돌, 패션,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혜자 부문과 창렬 부문으로 나누어 올해의 000상을 선정했다. 질소 과자처럼 더없이 실망스러운 분들에게는 '창렬'을, 혜자 도시락처럼 은혜로운 분들에게는 '혜자'를. 물론 수상자를 위한 두둑한 상금 혹은 번쩍이는 트로피는 없다. 다만 혜자 부문 수상자는 "수고했어 올해도!", 창렬 부문은 "수고해라 내년은!". 올해의 아이돌 (by. 페르마타)혜자 부문 : EXID, 규현 (공동수상) ⓒ EXID 기자의 빠심으로는 에이핑크를 혜자 아이돌로 뽑고 싶었다. 그러나 올해..

하루키를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야하다던데? 진짜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장 많이 돌아온 역질문이었다. '…나는 사정했다'는 문장이 하루키 문학에 대한 요약으로 대표되니 그럴만하다. 에세이에서는 섹스 얘기가 덜하다는 부연이나 “나의 하루키는 이렇지 않아!”라는 항변은 촌스러운 동시에 '노잼'일 수밖에 없다. 농담을 그대로 옮겨와보자. 스토리를 사정행위만으로 끝내버리는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걸까? 노벨문학상 탈락작가, 이성을 꼬실때 파악해야 하는 책, 베스트셀러라서 읽는 작가 등 이런저런 이미지 때문에 하루키라는 사람에게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해 반도의 흔한 하루키 팬이 준비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나도 하루키 책 전부 읽은 건 아니다. 이것은 무라카미..

교복을 벗고 세상을 입다. 2015학년도 자퇴설명회

학사일정에 맞춘 대학, 중고등학교 입학설명회는 흔하다. 그렇다면 학교 바깥을 이야기하는 자퇴설명회는 없을까? 지난 11월 29일, 대학로에서 2015학년도 ‘자퇴설명회’가 열렸다. 이 설명회는 인터넷 카페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들’에서 활동중인 자퇴생들이 준비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가현씨는 중학교 자퇴 2년차 청소년이다. 그는 학교가 자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퇴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3때도 미진학한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조언하러 오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진로나 진학에 대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온다.” 10대 청소년에게 진학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경로로 강요된다. 예를 들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에 대한 대답으로 관련대학 학과 혹은 학교가 제시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