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하지만 20대가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영향력 있음은 지난 2008년 촛불시위, 2010년 6·2 지방선거, 최근 등록금 투쟁까지 이어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선을 코 앞에 둔 지금, 각 후보들은 20대 표심을 잡기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나 취업난해소 등 갖가지 공약을 내걸고, 대학에서 강연을 열고 대학가에서 유세를 벌인다.
어떻게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지금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서 해결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단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을 뿐이다. 우리들의 문제를 기성 정치권이 과연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20대는 스스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기존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직접 정치에 뛰어든 청년당이 있다.
3월 13일, ‘99%를 위한 청년시민 정당’ 청년당의 탄생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울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작년 등록금 집회할 때 주변 친구들이 청년 대학생들이 데모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들 했는데, 그것 때문에 손에 장을 지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작은 몸짓이 세상을 바꾸는 게 많습니다. 지금 가장 강한 사람들이 여러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작은 움직임이 우리들 모두를 바꿀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첫 ‘청년 정당’ 창당을 위한 발기인대회에서 참석한 우석훈 교수의 축사다. 이날 이후 그는 물심양면으로 청년당을 응원했다. 우 교수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남들에게 호소하지 않고 직접 뛰어든 그들에게 유명인들의 응원은 봇물을 탔다. 김제동, 박경철, 선대인 등 수 많은 인사들이 지지를 표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2030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창당한 청년당. 안철수 원장이 참여함 ‘청춘콘서트(이하 청콘)’를 함께 만든 서포터즈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청콘을 준비하면서 ‘젊은이들이 모여 정당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모여 설립된 정당이다. 창당 과정에서는 청콘을 함께한 멘토들에게 어떤 도움도 요청한 적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창당했다.
언론은 안철수와의 연관성을 제기했지만 청년당 창장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청년당이 일군 모든 것은 돈 한푼 받지 않고 모든 시간과 재능을 기부한 젊은이들의 몫이었다. 청콘에 서포터즈로 참여한 이들은 연 3000명에 달했지만, 실제로 당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들은 그 가운데 1% 정도였다. 여기에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던 뜻있는 젊은이들이 합세해 50여 명의 상근자원활동가들이 당 운영의 주축을 이루었다. 50여 명의 청년당 사람들은 거리로 나서서 일주일만에 전국에서 6000여명의 당원을 모집하고, 3월 19일 중앙선관위에 정식 정당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돈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청년당은 비례대표 4명과 지역구 3명 모두해서 7명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입후보를 위한 공탁금만 모두 1억 500만 원이었다. 당원 모집 때와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의 지인들은 오히려 선뜻 십시일반 돈을 내어주었고, 이로써 후보 등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청년들이 꿈꾸었던 이상
‘누구나 마음껏 일하고 사랑하고 꿈꾸는 나라를 만들자!’ 이것이 청년당의 초심이자 출발이었다. 그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것은 정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과 청년들의 현실을 개선해 보기 위해서였다. 마음껏 일하고, 사랑하고, 꿈꿀 수 있는 나라를 우리 청년들의 손으로 설계하고 건설해 가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더 이상 청년들이 위로의 대상, 정치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들의 손때와 발품으로 직접 만들자는 의지였다.
청년당은 이를 위해 ‘청년 자립, 국민 행복, 정치 개혁’를 기조로 내세웠다. 청년자립이란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는 정글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장은 국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취업난이나 높은 등록금, 집값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만 청년들의 자립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국민행복이라는 것은 기성정치권이 국민 대다수를 위하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보통 사람을 위한 정책을 말한다. 경제민주화와 사회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다. 정치 개혁은 한국정치의 세대 전환을 이뤄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낡은 정치를 개혁해 나가고자 함이다.
ⓒ 이투데이
어려운 길을 택한 그들이 가졌던 한계
“정치를 하는데 필요한 ‘인물, 조직, 돈’ 3가지 모두 없었다. 하지만 3가지를 다 가지고 있으면 이걸 할 필요가 없었고, 그 3가지 중에 한 가지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 된 것” 청년당 공동준비위원장이 한 말이다. 어려운 길을 택한 그들이지만 사회의 시선은 무관심했다.
온라인 정당을 표방한 청년당은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담은 논평을 내기도 하고, 블로그와 SNS와 같은 온라인 미디어로 끊임없이 소식들을 퍼나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수시로 결합할 수 있는 수도권의 자원봉사자들과 당 사람들이 중앙에 남아 선거운동을 펼쳤고, 비례대표 후보를 포함한 15명 정도의 당 사람들이 '청춘봉고유랑단'을 꾸려 온갖 짐을 실은 승합차를 타고 전국 유세에 나섰다. ‘그런 것도 있어?’ 궁금해 하며 다가온 사람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회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들에게 ‘취업이나 하지’, ‘어린 것들이 무얼 안다고’, ‘정치가 쉬운 줄 아냐’ 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몰려왔다. 무관심과 부정적인 시선들은 4월 총선에서 표로 이어졌다. 2% 득표에 실패해 해산을 하게 되었다. 정당법 44조 3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그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해산되기 때문이다.
분명 신통치 않은 결과지만 아쉽지 않다. 청년당을 일구어왔던 청년들은 100일간 매일같이 새로 꿈꾸고 도전하고, 때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찌보면 채 영글지 않고, 숙성되지 않은 서투름일 수도 있겠지만, 또 어찌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한걸음씩 나아갔던 역사였다. 그들은 청년과 국민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물을 찾아 석 달간 치열하고 처절하게 우물을 팠다. 청년당은 법적으로 해산되었지만 청년정신은 결코 해산되지 않았다. 오히려 100일간의 도전과 경험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졌다. 청년당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더 발전된 청년들의 정치 참여의 발걸음이 이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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