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구석은 어디일까? 흔히 사회적 ‘약자’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장애인, 노인,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상적인 계층적 범주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의 구석구석에 자리한다. 과외비를 낼 돈이 넉넉지 않은 학부모,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인, 좋은 강의평가를 받지만 방학마다 막막해지는 시간강사······· 사교육 시장이 당연시되는 세상, 산업의 변화와 특화가 자연스러운 세상, 시간강사가 아니라 교수가 꿈인 학생들이 자라는 세상에서 이들은 모두 중심이 아니라 ‘구석’에 선다.
충실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목소리를 꾸준히 내나 여전히 미약한 사람들. 이들에게 기꺼이 주목하는 20대를 찾아봤다. 20대가 주목하는 사회의 ‘구석’은 어디이고, 이들에게 ‘구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사에 실린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구석을 찾아가는 20대에 대한 탐색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먼저, 80% 넘는 대학 입학률을 고려해 20대의 다수를 대학생이라 본다면, 대학생으로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편안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동아리다. 요즘은 봉사 동아리에 면접까지 보고 ‘경쟁해서’ 들어간다고들 한다. 한 달에 두어 번, 의무적으로 하는 둥 마는 둥 봉사 시늉을 하고 거나한 뒤풀이를 하는 주객전도식 동아리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그런데 꾸준하게 ’구석‘을 향한 목소리를 담는 동아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창 유행하는 단어를 인용하자면 ‘진정성 있는’ 봉사 동아리라고나 할까.
@ewhanabi (트위터)
지난해 10월 30일, 이화나비는 위안부 피해 여성 및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이화나비콘서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콘서트 후원금은 소셜 펀딩으로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해 대학생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논의되었다. 현재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는 63명이고, 이 중 8명이 <나눔의 집>에 살고 계신다. 다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쉽사리 관심을 갖지도, 힘껏 손을 뻗지도 않는다. 이화나비는 조명되지 않는 ‘구석’을 찾아, 위안부 문제에 관해 어떤 대학생 단체보다 꾸준히 활동 중이다.
한창 인기인 협동조합 쪽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음악인들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미디어 협동조합이나 IT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꾸리려는 사람들도 보인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조직하는 일종의 사업체로, 최소 5명이 모여 신고하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대들도 조합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다.
가령, 경희대 교양과정인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시민교육’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국 최초 ‘과외협동조합’이 있다. 출자금을 낸 5명은 과외 알선 업체들의 수수료 문제와 사교육비 문제를 고려하여 ‘주 2회 1시간 30분 수업, 과외비 15만원’이라는 회칙을 세웠다. 대학생과 학부모가 연결되면 매달 과외비 중 3000원을 조합비로 받아 운영하는 노동자형 협동조합이다. 오는 20일, 정식 협동조합 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
이건욱 씨와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계층을 연결해 준다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 현재 서울시에서도 과외 교사들과(주로 차상위계층, 경력단절 여성 등), 과외 교육이 필요한 탈북 청소년과 소년소녀 가장 등을 연결하는 협동조합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과외협동조합에서도 돈이 모이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20대가 직접 사교육 시장에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은, 20대가 사실상 교육 수혜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과외비가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다.
ㅇ위키트리(wikitree)
협동조합을 시민참여 공익활동 모델의 일종이라는 시선에서 보면 ‘구석’을 찾는 20대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과외협동조합이 차상위계층 가정의 교육에 주목했다면, 또 다른 20대는 전통문화 보전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담비아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최문정(22)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이 그들이다. ‘담비아’는 남양주 공예기능인협회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명이자, 나전칠기기능인 협동조합의 이름이다(여성민우생협 연합회 홈페이지 참고). 최 씨는 나전칠기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공예와 그 기능인들에 대한 지원이 매우 열악함을 보고, 협동조합의 운영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협동조합의 실무에 보탬이 되기 위해 협동조합 교육을 실시하거나 조합원들을 컨설팅하는 일을 맡고 있다. 실제로 담비아협동조합원들은 기능인이나 예술인들이라 운영에 대한 기동력이 부족해 출자금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씨는 나전칠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인 ‘구석’을 바라보고, 배경지식을 가진 젊은 인력이 협동조합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여 실무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처럼 사회의 ‘구석’을 찾는 20대는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앞 빅이슈 판매원을 돕고 홍보에 참여하는 대학생, 국제앰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에서 정기적인 활동을 하는 이십대, 어르신 컴퓨터 교육 봉사활동을 하는 이십대 등은 모두 사회의 ‘구석’을 조명할 줄 아는 이들이다. 아무도 대가를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거의 관심받지 못하면서도 다가서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충분한 시선을 받지 못하는 ‘구석’에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20대. 그들이 진정한 ‘중심’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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