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한국방송공사)에서는 장애인 뉴스앵커를 선발한다. 2011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채용을 앞두고 있으며, 원서 접수는 28일로 마감됐다. 2011년 당시 선발된 이창훈(27)씨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52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3달 간 집중 교육을 이수하여 ‘국내 최초 장애인 앵커’로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번에 채용 공고가 나면서 문제시된 것은 이 앵커 자리가 ‘계약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이에 “KBS 홍보를 위한 1회성 앵커?”라는 제목이 붙은 뉴스가 뜨고 네티즌들도 ‘앵커가 단지 마스코트였느냐’라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출처: KBS1TV



그러나 초점은 계약직 자체가 아니라, ‘1명’이라는 숫자다. 이씨를 비롯한 지원자들도 계약직임을 알고 지원했을 것이다. 또한 이씨는 <이창훈의 생활뉴스>를 진행했던 경력과, 그간 KBS에서 지원받아 쌓은 실력으로 다른 방송사 앵커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해고가 아니라 하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씨를 받아줄 ‘다른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기존 기사들의 초점은 “KBS가 제2, 제3의 장애인 앵커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에 있다. 과연 KBS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보다는 다른 방송사들, 더 나아가 다른 기업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여러 기관이 동참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 측에서는 이씨를 위해 특수 보조공학기기를 들여놓거나 보조인력을 배치하는 등,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였다. 이씨가 진행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감사패도 받았다. 

이창훈 씨 자체가 KBS의 이미지 홍보에 이용되고서 퇴출당한다는 식의 논리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KBS에서 훌륭한 지원을 받고 앵커로 키워진 이후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물론 KBS 측에 계약 기간을 늘리라는 주문은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 시급한 것은 다른 방송사들의 행동이다.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KBS 같은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BS보다 다른 방송사들에게 더 아쉬움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