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론장을 표방하는 언론매체 22여 곳에서 최근 며칠간 앞 다투어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에서 1일 발표한, 4년제 대학에 재학 또는 휴학 중인 학생 1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방학 관련 설문조사였다.
설문조사는 2학년의 50.7%(209명), 3학년의 55.6%(144명), 4학년의 68.9%(679명)가 이번 여름방학 목표로 어학점수 향상이나 인턴 등 ‘취업 준비’를 꼽았다는 내용이다. 평균적으로 2~4학년 전체의 60.8%가 올 여름 꼭 이뤄야 할 목표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 언뜻 보면 그저 그런 설문조사인 듯 보이나, 수 개의 인터넷 언론에서 이를 재구성해 보도한 기사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먼저, 다수의 언론에서는 1학년과 2~4학년을 대조하며, 1학년의 여름방학 최대 목표는 외모 ‘업그레이드’(108명, 전체의 38.9%)라고 제시하고 있다. 10대 언론사 중 하나인 K일보에서는 “1학년 시절에는 (방학에) 외모를 가꾸고 이후 학년부터는 취업준비에 돌입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노골적으로 서술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1학년의 여름방학 최대 목표는 아르바이트다. 50.9%가 응답했으므로 새내기들에게도 외모 향상이 아니라 아르바이트가 우선이다. 그 뒤를 이어 취업준비(36.1%), 2학기 학자금 모으기(20.4%) 순으로, 1학년들도 대부분 경제적인 부분에 목표가 있으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언론들이 대학생을 조명하는 태도도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모 인터넷언론에서는 “청춘. 왠지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그 시절도 이젠 옛말인가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청춘의 황금기 여름방학의 목표 1위로 ‘취업 준비’를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적었다. 다른 기사에서도 ‘캠퍼스 로망 멸종 위기’, ‘연애보다 취업’, ‘대학생들의 비애’라는 제목과 함께 “이것 참 씁쓸하구만.”와 같이 출처 없는 코멘트를 달아 기사를 마무리했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 취업 준비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방학 때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무조건 ‘안타깝게’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이 불편하다. 특히 “미래의 꿈과 가치에 대한 판단을 뒤로 한 채 현실에 맞추”어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는 묘사는 더더욱 우스꽝스럽다. 대학생들을 불쌍하다고 보거나, 이중적으로 한심하게만 보는 기성의 시선들을 이제는 과감히 지양해야 한다.
'20대의 시선 > 데일리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나 최저임금 동결을 외치는 사용자위원 (0) | 2013.07.09 |
---|---|
대학교, 그 동안 학생들 등록금을 어디에다 쓴 건가 (1) | 2013.07.08 |
대학평가의 ‘인문-예체능계 취업률 지표 삭제’ 환영한다 (0) | 2013.07.04 |
잉여 외국어능력의 범람, 취업 스펙 현실화 필요하다 (1) | 2013.07.03 |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 더는 늦출 수 없다 (0) | 2013.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