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추석 때 친척들이 모이면 ‘요즘 애’들에 대한 논쟁이 넘친다. 먼저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눈물을 쏟았던 할아버지가 포문을 연다. 나라 걱정이다. 요즘 애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며 우국 정신이 가득하다. 할아버지 때는 피죽도 먹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요즘 애들은 배부르니 나라 생각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아마 1960년대처럼 요즘 애들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또다시 산업화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 편집 - 고함20


뒤이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지었던 아버지가 묘하게 반박한다. 애국의 가치는 비현실적이라며, 나라는 우리를 억압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한다. 할아버지의 말을 비껴친 60년대생 아버지는 요즘 애들에 대한 일갈을 쏟아낸다. 짱돌을 들 용기도 없다고 말이다. 사랑도 명예도 남김없이 민주주의를 위한 도전정신이 없는 무기력한 애들이라고 말한다. 아마 1980년대처럼 청년들이 흐트러진 민주주의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벌인 설전의 끝은 나를 향한다. 요즘 애들은 꿈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요즘 애들의 꿈은 무엇일까


요즘 애들의 꿈은 무엇일까. 취업대비 자기소개서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자기소개서 문항에는 ‘당신 인생의 가장 큰 역경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그 질문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들의 역경은 외환위기(IMF)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발생한 외환위기는 요즘 애들 대부분에게 최초의 역경으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 7살~11살 정도였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어린 나이에 경제위기를 눈앞에서 목도했다. 아버지의 실직과 몰락하는 자영업을 보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요즘 애들의 꿈은 시장에서 안정적인 부품의 위치를 획득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안정적인 부품의 위치는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남보다 좋은 학점, 높은 토익 점수 등 비교 우위의 정도가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마치 시장에 바코드와 유사하다. 시장의 논리가 강화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노동 시장도 경쟁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화하여 경쟁력을 비교한다. 여기서 인권이나 민주주의 가치는 쉽게 무시된다. 마치 취업 못 하는 사람은 결함 있는 상품과 유사하다. 시장 자체를 문제로 여기기보다 끝이 없는 경쟁에 뒤처진 개인이 부족한 상품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점이 부족해도 개인의 탓이다. 획일화된 스펙도 도전의식이 부족한 청년들의 문제다.


자신을 바코드로 수치화하여 상품으로 탈바꿈한 ‘요즘 애’들은 다시 상품의 세계로 들어간다. 소비자가 된다는 뜻이다. 좋은 집, 명품 옷, 맛있는 음식 등 자신이 상품으로 변하면서 얻게 된 화폐를 다시 상품 구매에 투입한다. 이런 소비에도 경쟁의 논리가 가득하다. 남들보다 더 좋은 집과 더 명품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경쟁적이고 안정적인 부품의 위치가 필요하다. 즉 청년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은 까닭은 안정적인 부품의 위치에서 안정적인 소비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왜 일회용이 되었을까


꿈이 소비자인 상황은 '요즘 애들'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를 강조하며 부품 경쟁만 하는 사회문화가 청년들 주위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회계 수업을 필수로 지정하여 숫자를 잘 아는 도구적 인간을 육성한다. 경영‧경제‧공대 등 시장에 바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학과 정원은 늘어나는 반면, 대학의 양심이라 불리는 인문사회대학의 정원 점차 줄고 있다. 대학은 이제 산업화 세대들이 말하는 나라를 위한 인재를 키워내는 요람도 아니고, 민주화 세대들이 말하는 투쟁의 거점도 아니다. 그저 글로벌 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한 학력 공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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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대학교는 처벌을 강화한다. 일회용 청년의 저자 헨리 지루의 말처럼 대학교 내에서 법을 어기는 행동에 엄격한 형사 처분을 하는 건 물론이다. 더 나아가 대학은 기본적인 권리에도 자체적인 처벌인 ‘징계’를 내린다. 현재 서울시 내 47개 대학 중 31개 대학은 집단적 행동을 하면 징계를 받는다. 대자보를 쓰거나 집회를 할 때 학교의 사전 승인을 받는 학교도 전체에 85%에 달한다. 소비자를 찍어내는 학교에 반발하는 학생은 처벌받는다. 학력공장의 분위기 속에 처벌을 두려워하는 요즘 애들은 비판적 사고를 스스로 거세하고 만다.


물론 지금 현실에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는 청년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일회용 청년에서 말한 것처럼 '도착적 부인'에 빠져버린다. 지금 현실이 어렵다는 걸 알아도 안주해 버린다. 어렸을 적 경제위기가 트라우마로 남은 그들에게 비판적 사고는 부정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비판적 사고를 해도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안다. 마치 수능 때 비판적 인재 양성을 위한 논술에 외운 답안을 써간 것처럼 말이다. 이제 비판능력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도 자기소개서에 한 줄 써먹을 거리에 불과한 그들에게 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일자리만 뺏은 게 아니었다. 청년들의 꿈을 뺏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 사회는 끝이 없는 경쟁을 강요했고, 청춘의 낭만이 가득했던 대학은 학력공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공장에선 기본적인 권리마저 처벌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화‧민주화 세대가 요즘 애들에게 자신의 과거에 요즘을 투영하며 꿈을 강요하는 건 아이러니다. 경쟁과 처벌의 사회에서 지금의 청춘들에게 애국은 떠나간 가치이며, 민주주의는 공허한 이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래도 아프니까 청춘이라 말한다. 청춘은 그 정도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투표하지 않는 청년을 보고 ‘20대 개새끼론’을 주창하고, 어서 빨리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N포 세대‧달관 세대라 말하며 청춘을 자극한다. 혹은 청춘과 공감한다며 미생 세대라 말한다. 그래서 어서 빨리 완생이 되라며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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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애’들은 개새끼도 포기도 달관도 아니다. 더구나 청춘들이 원하는 건 완생도 아니다. 적어도 일회용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서 생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한다. 경쟁에서 벗어나 처벌의 두려움 없이 살아가고 싶은 거다. 사실 청년들이 스펙을 쌓고 안정적인 부품이 되고 싶은 것은 꿈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생존문제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지금, 청년들에게 애국과 민주주의 그리고 꿈은 머나먼 이야기다. 바코드 달린 상품이 아닌 '요즘'의 감각을 느끼고 싶은 게 '요즘 애'들의 '꿈'이다.


글/사진 편집. 종자기(kpj6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