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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의 주도 아래 출발한 희망버스’ 185대에 탄 1만 여명의 시민들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앞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이들은 평화 행진을 벌였지만 85호 크레인 앞에 배치된 경찰들 앞에서 멈춰 섰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해산하라 외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진압할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경찰은 날이 밝는 걸 기다리지 않았다. 해가 뜨면 부산 시민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을 두려워 한 것처럼 보였다. 경찰은 최루액을 난사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제 해산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곤봉과 방패를 진압에 이용하기도 했으며 이 와중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최루액에 얼굴을 맞아 병원에 실려 갔고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이 연행되기도 했다. 522, 심 고문을 포함해 시민 58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사태는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스팔트에 앉아 연좌시위를 벌이며 날이 밝기를 바라고 있다. 경찰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의 진압이 너무 강해서인지 이들의 목적은 소박해보일 정도다. 85호 크레인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80 여 일 동안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마저도 불법이라 한다. 시위에 참가한 정동영 위원은 조현오 경찰총장과 통화를 했지만, 조 총장은 경찰 자존심 때문에라도 물러나지 못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말 자존심 때문일까? 그래서 시민들의 얼굴을 향해 최루액, 물대포를 쏘고, 58명에 달하는 인원을 연행해간 것일까?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경찰이 무엇이며, ‘무엇으로부터 누구를 막고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찰은 사회의 일반적인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 활동, 또는 그러한 목적을 위해 조직된 국가 기관을 말한다. 또한 국가 행정기관을 뜻하는 말로도 흔하게 쓰이며, 이를 위한 행정 활동은 공권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공권력은 국가가 우월한 의사주체로서 국민에게 명령하거나 강제하는 권력이다. 결국 경찰은 법률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지니는 행정기관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경찰은 무소불위의 독자적 권력기관이 아니다. 행정부에 속해 있으며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반정부세력으로 부터 정치권력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민주화 운동을 진압했으며 시위에 관여한 이들을 체포, 연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이 지키는 것은 정치권력과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온 1만 여 명의 시민들과 김진숙 지도위원의 접촉이 현 정부에 그렇게 해가 되는 일일까?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어느 정도 위해 요소가 될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 김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자들의 만남이 여론에 영향을 미쳐 혹여 노동자 측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다른 파업현장에서도 노동자들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일은 군사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단순히 정치권력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처럼 뭇매를 맞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행동이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소통불능이라는 딱지도 현 정부가 두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여론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한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게 우호적으로 형성됐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일 것이다. 우선 해고자를 정규직으로 복직시켰을 때와 비정규직을 고용했을 때를 비교해서 나올 수 있는 경제적 손해가 있다. 또한 한진중공업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파업이 장기화 됐을 경우, 수주에도 피해가 올 수 있다. 결국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자가 접촉하고 이들의 만남이 노출 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조 회장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갈 것이다. 경찰은 공권력을 시민들로부터 사기업의 오너인 조 회장의 재산과 위신을 지키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곧 공권력이 시민들로부터 사유재산, 곧 자본을 수호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찰이 사유재산의 보호를 위해 공권력을 사용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1월 용산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경찰은 사유재산의 보호에 앞장섰다. 생존권을 지키려 발버둥 치며 망루에 올라갔던 거주민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화재가 일어나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망루에 있던 철거민에게 화재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살아남은 철거민들이 소송을 당했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채 내야 할 벌금만 남아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용산참사에 대해 시위대가 경찰 죽이려 했던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쌍용차 파업, 유성기업 파업, 명동 카페 마리 철거 투쟁에서도 경찰은 자본의 편을 들었다. 용역이 폭력을 행사해도 지켜봤을 뿐이다. 경찰력은 지금 부산에 집중되고 있다. 공권력을 사용해 시민들로부터 사유재산’ 85호 크레인을 지키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