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노동 (21)

당신의 인생은 얼마입니까? <4천원 인생>

친구들과 커피 체인점에 간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3,800원. 우유가 들어 있는 라떼를 시킨다면 4,000원이 훌쩍 넘는다. 한참 동안 홀짝홀짝 커피를 들이켜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쪽에 투명한 유리문을 닦고 있는 알바생이 보인다. 문득 생각이 번쩍 든다. 4,000원. ‘아, 이 커피 한 잔이 저 친구의 한 시간짜리 노동이겠지….’ 한국사회의 전체 임금 근로자 중 33.8%가 비정규직이다. 그 수치는 꾸준히 올라 50%를 넘어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안전한 일자리’가 사라짐에 따라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사측은 최소한의 정규직 직원들 뽑기 위해 애를 쓰는가 하면, 해고된 비정규직들의 노·사간 갈등양상은 더 거칠어졌다. ‘88만 원 세대’라는..

똑똑한 사람이 착하게 쓴다.

무더운 날씨에 스트레스 지수 200%를 초과한 L양. L양의 발걸음은 백화점으로 향하고, 마땅히 살 것은 없어도 시원한 매장에서 예쁜 물건들을 구경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순간 눈에 들어온 “선글라스 30% 세일”문구! 참아야한다, 참아야한다……. 30%를 할인해도 2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좌절한 L양은 통장잔고를 떠올리며 저가의 의류매장으로 향한다. 끓어오르는 쇼핑의 욕구를 다른 저렴한 물건으로 대체해 보려고 찾은 의류 매장은 대부분의 아이템이 무척이나 저렴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선글라스를 구입했다면 지불했을 가격의 반의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티셔츠 몇 장과 반바지를 사들고 나온 L양. 저렴한 물건을 알뜰하게 구입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이다. 어떤 과정..

넘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20대

20대가 되기 전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그놈의 88만원 세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노동시장의 현실은 88만원이 찍힌 월급통장을 받기 전부터 겁을 먹게 한다. 대학 생활의 꿈과 낭만 따위는 잉여들의 근원이라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취업준비전선에 몸을 내맡기지만 사실은 취업이라는 협박에 속으로만 ‘나 떨고 있니?’ 하는 중이다. 어떻게든 한방에 대기업에 입사하겠노라 다짐하고 잘나가는 선배들의 금과옥조 같은 말씀에 청춘을 내맡겨 둔 20대. 일찍부터 살길을 찾아보겠다며 앞장서는 부지런함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대의 SOS 20대를 지나온 혹은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리라.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장 인생관, 세계관을 재정립해야만 할 것 같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