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21일 경북 영천시를 마지막으로 구제역 바람도 한풀 꺾였다. 하지만 2010년 11월부터 1년간 구제역으로 죽은 가축의 수는 432만 7398마리이며 매장된 곳만 3882곳이나 된다. 대략 1곳당 1114마리가 묻혔다고 볼 수 있다. 백신도 맞고, 안락사 시킨 가축도 있었지만 생매장 당한 가축이 많았던 지난 구제역 파동. 구제역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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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12월 환경부는 전국에서 가축 매몰지 300곳을 선정해 분기별로 환경영향조사를 했다. 그 결과 71곳은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고, 58곳은 지속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해 4분기에 전국 가축 매몰지 주변 300m 내에 있는 지하수 관정 76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1%인 2468곳이 수질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하수 관정이 축산폐수, 비료, 퇴비 등에 의해 질산성질소, 암모니아성질소 등의 기준치를 넘어선 것이지 매몰지 침출수의 영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매몰지, 침출수의 영향 없는 곳?

구제역 파동 당시 매몰지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책이 문제되었다. 구제역 매몰지가 주로 강의 상류층과 맞닿은 경우가 많고, 매몰 장소도 정화조 설치가 미흡한 곳이었다. 심한 경우 생수공장 주변에 가축들이 매몰되어 생수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우려되었다. 게다가 매몰할 때 방법도 문제가 된다. 침출수가 새지 않기 위해 깔아 놓았던 이중 비닐이 살아있는 가축을 매장하면서 찢어져 침출수 누수 발생위험이 있는 것이다. 또한, 매몰지 토양 자체가 약해 붕괴 위험이 있고, 매몰 당시 함께 묻었던 생석회가 사체 부패를 지연시켜 토양오염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우리는 당장의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여부를 따지기 전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토양오염, 식수오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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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도 중요하지만, 구제역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매장된 가축의 사체가 부패하면서 가축 체내에 있던 수분이 모인다. 소나 돼지 같은 동물은 무게의 70% 이상이 물로 이뤄졌기 때문에 땅속에 고이거나 흐를 수 있을 정도의 수분을 배출한다. 침출수에는 가축의 장이나 배설물에 살던 미생물이 대량 번식해 섞이고 일부 유독가스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구제역 가축 매몰당시 침출수가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축을 묻기 전 비닐막을 이중으로 깔았다. 하지만 이것이 찢어지면 침출수가 바로 토양으로 흡수되고 지하수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안전한 식수 공급은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도심처럼 밀집지역도 아니고 드문드문 있는 마을에 마을상수도를 설치하기란 힘든 일이다. 여기에 점점 날이 풀리면 가축이 썩고 그로 인한 악취는 물론이고 파리와 모기떼가 동네를 휘어감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구제역 발생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슈가 되었을 때 왈가왈부 말이 많았던 구제역 매몰지는 이제 매몰지 지역의 관청과 각 시군에서 알아서 하는 식이 되어버렸다. 환경부 역시 수질검사는 하고 있으나 뚜렷한 매몰지 식수 및 토양 오염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봄이 오고 땅이 녹으면 모를 일이다. 정부는 미리미리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외양간은 소가 있을 때 고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