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심지어 17일 MBC 측은 계약직 경력기자 20여명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파업과 관계없이 뉴스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MBC 기자들은 임시직 채용에 반대하여 보도국을 점거해 검은 양복을 입고 ‘블랙시위’를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MBC는 앞서 3월에도 분야별(북한, 경제 등) 기자들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선발한 적이 있다.       

MBC 계약직 기자 채용 공고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20대들에게도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언론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아랑’ 카페에서는 '‘MBC 임시직 기자 채용관련 MBC 기자회 입장’이라는, 이번 채용에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그에 대한 언론계 취업준비생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MBC 기자회의 입장에 찬성하며, MBC의 이번 채용 공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수는 ‘기회가 왔으니 지원한다는 사람을 비난할 순 없다.’, ‘계약직으로 들어오면 ‘부역자’로 낙인찍겠다는 듯한 모습이 거북하다.‘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 mbc 채용정보

 

물론 방송국 입사를 희망하던 이들은 고민할 수도 있다. 정규직이 아니고 계약직이긴 하지만, MBC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매력 있기 때문이다. 분명 MBC는 언론계 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직장 중 하나이다.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직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금 상황의 MBC에 들어간다는 것은 언론인이 되기를 이미 포기하는 길이나 다름없다. 파업 기자들은 김재철 체제 아래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공정성마저 상실해가는 MBC의 모습에 분노해 파업을 두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진실 추구’라는 가장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항의했던 것이다. 이와 중에 MBC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 하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김재철 사장 밑에서 저널리즘을 훼손하는데 일조하려고 한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리는 셈이다. 그것은 정말 말 그대로 ‘부역’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MBC 뿐만 아니라, KBS, YTN, 부산일보, 국민일보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이유는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정권이나 자본으로부터의 압박에서 벗어나, 눈치보지 않고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되찾는 것이 절실하므로 어쩔수 없이 기자들이 나선 것이다. KBS와 MBC에는 정부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이 들어왔으며,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도 언론사는 감시의 대상이었다. 이렇듯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곳에 기자로 있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기는커녕, 이 참에 아예 자신의 입맛대로 뉴스를 만들려고 작정했다. 친 정부 인사인 김재철 사장이 뉴스를 어떤 식으로 만들지는 뻔하다. 기존에 MBC가 갖고 있던 공영방송으로서의 높은 신뢰도와 공정성은 점점 더 추락할 것이며, MBC는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시청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지상파 뉴스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언론을 감시하고 탄압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킨 무리들과는 절대로 손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