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일도 아니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립학교 자율성 보장' 얘기다. 24일 열린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정기총회에서 또 한번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존 의견을 강화한 것이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발의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선 이후 박 전 위원장은 줄곧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작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사학법 개정을 위해 박 전 위원장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4일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설립 이념과 교육 철학에 따라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며 "교육의 새로운 목표로 행복한 교육을 설정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학교를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며 "입시 정책에 초중등교육이 휘둘려선 우리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이념', '철학' 등의 그럴듯한 단어들로 포장해가며 결국 '사립학교 내버려둬라'는 주장을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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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나 철학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 사립학교 실태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정교사 채용 대가로 몇억을 받아 챙기는 등의 채용비리나 학교 건물 공사를 맡기면서 뇌물을 받아 빼돌리는 공사비리는 이미 공공연하다. 지난 1월 부산의 한 학교는 돈을 받고 교사 선발 시험지를 미리 줬다가 교육청의 초강수로 14명을 할 수 없이 한꺼번에 해임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교육청이 나서지 않았으면 우물쭈물 넘겼을 일이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알고도 "사립학교가 정부나 교육청에 예속되면 안된다"고 말한다. "정부와 교육청은 더 이상 상급기관이 아니라 협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한다"는 것이다. 현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검찰, 감사원이 입을 모아 '교육 비리 척결하겠다'고 말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에 한 술 더 떠, 교육비리를 비난하기는 커녕 '사립학교 자유롭게 내버려둬라', '교육청은 사학에 협력해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영남대학교라는 거대 사립학교와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과, 비리 척결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적극 반대하고 나선 과거를 비추어 보아 박 전 위원장의 '자율성 보장' 발언이 순수한 의도가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바꾸자고 주장하는 현 교육시스템의 주범은 사립학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 전 위원장이 진심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면 사학 비리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