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력의 독과점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 버렸다. 2011년 대기업 정규직 취업자 비율은 대졸 취업자의 8.1%에 그쳤다(현대경제연구원 조사). 반면 취업포탈사이트 조사 결과 국내 중소기업 중 신입사원이 1년 안에 퇴사한 곳은 10곳 중 7곳에 달했다. 사회 진입 단계부터 무거운 학자금 빚을 짊어진데다 사오정’, ‘오륙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청년들은 임금과 복지가 형편없고 장래성도 불투명한 일자리에 눈을 낮출 수 없다. 언젠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라 믿으며 스펙을 쌓으며 취업 재수를 노리거나 묵묵히 수험공부에 매달릴 뿐이다. 이들 청년구직자,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발적실업자, 공시족 그리고 단기근로직(아르바이트)을 통해 생계비를 충당하는 장기실업자들을 도와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여태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백번 양보해 현재의 20대가 좋은 일자리를 기다리면서 20대의 십년을 허비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 치자. 그러나 세대 전체가 똑같은 선택을 하면 남는 것은 시험문제 풀이, 단기 아르바이트 날품팔이 밖에 모르는 거대한 집단이다. 그들은 사회와 견고한 관계를 맺어본 적도, 직업인으로서 일관된 경력을 한번 쌓아본 적도 없는, 나이 든 어린아이일 뿐이다. 이들에겐 안정적인 소득원도, 생활기반도 없다. 주거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결혼도 불가능하다. 이들이 차차 나이를 먹어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4050 대열에 진입한다면 사회로서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청년 문제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대번 노인 문제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따라서 사회는 이들 젊은 시민들의 사회 진입 연착륙을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가장 막막한 문제는 생계비 대책이다. 주거 문제가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 온통 맡겨져 있는 한 주거비용의 부담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태껏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온 청년구직자, 자발적실업자, 장기실업자에게 생계비를 보조해 줄 a)실업부조 제도와 가난한 젊은 시민들에게 주거안전망이 되어줄 b)주거보조 대책이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구하라: 실업부조 제도

 
 
실업부조란 고용보험에서 제외된 실업자 가운데 자산이나 배우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조세로 실업자에게 현금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제침체로 실업자가 대량으로 생겨나고, 기업이 점점 정규직 채용을 꺼리면서 현행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 빈곤 실업자의 존재는 내수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며 여타 사회복지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높다. 따라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득을 기준으로 저소득 실업자에 대해 정부가 수당을 제공하는 형태인 실업부조제도를 대담히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실업부조제도가 있다. 그리고 스웨덴의 경우 실업부조제도가 기본소득형식으로 변형되어 지급되고 있으며, 덴마크는 실업보험에서 실업부조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실업부조는 기초생활보장법 수혜자(빈곤층)들과 일반 사회보험 수혜자(4대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사이 점점 증가하는 신빈곤층, 즉 청년실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제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 김재윤(민주당)의원은 <실업자 구직촉진 및 소득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한시적 실업부조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재산 일정 수준 이하인 자발적실업자, 청년실업자 등에게 최저임금의 80%의 급여를 제공하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주거권은 인권이다: 주거복지 제도

주거복지 개념의 저변에는 주거권은 인권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을 구성하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신념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집을 주거공간이 아닌 투자대상으로 보는 인식, 주거문제에 대한 시장적 접근, 공급자에게 기울어진 시장 규칙 등이 주거권의 온전한 실현을 방해해왔다. 따라서 주거권 내지 주거복지 논의 역시 건물로서의 주택건설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거권 혹은 주거복지 논의는 인간답게,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할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정책으로서의 주거복지는 크게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임대주택 공급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 국내에서는 올해 초 주택법에 주택임차료의 보조항목을 신설하고 다음해부터 관련 예산 편성을 준비 중에 있다. 20131월부터 시행될 주택임차료보조제도는 저소득 임차인의 월 소득액 중 임차료 비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현금으로 보조해주는 주거비 지원제도다. 지자체 가운데서는, 서울시가 2010년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인 <주택 바우처>제도를 시행해왔다. 주택 바우처제도 역시 저소득층 임대료가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임대료 일부를 쿠폰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1998년부터 주택 선택 바우처(Housing Choice Voucher)를 통해 가구당 소득의 30%를 임대료로 지불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주거 급여(Housing Benefit), 지방주택수당(Local Housing Allowance), 독일, 스웨덴에서도 주택수당을 지급해 주거보조를 실시하고 있다.




청년페이: 기본소득제라는 대담한 상상

실업부조, 주거보조 등 복지 프로그램은 시장임금과 반대되는 개념인 사회임금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임금이란 시장임금을 보완하는 실업급여,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적으로 얻는 수혜를 뜻한다. 한국의 사회임금 수준은 전체 생활비의 7.9%, 한국 가계는 생활비 거의 대부분을 기업으로부터의 시장임금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한국처럼 생계가 시장임금에 달린 경우 해고는 곧 살인일 수밖에 없다. 반면 OECD국가 평균 사회임금은 전체 생활비의 31.9%이다. 노동이 유연화된데다 전세계적 불황으로 노동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회임금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사회임금 중의 사회임금 기본소득제도가 노동계 일각에서 주목받는 까닭이다, 세상에는 시장에서 임금으로 평가받지 못하나, 사회를 위해 이로운 역할을 하는 노동이 많이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본소득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 단지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할 뿐이라는 데 착안했다. 기본소득이란 시민권(혹은 거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무조건 주어지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을 실시한 알래스카, 나미비아 등에서는 선별적 복지행정에서 낭비되는 인력과 예산을 아낄 수 있었을 뿐더러 소득이 평준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며 범죄율이 낮아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독일의 좌우파는 각기 다른 이유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브라질은 2010년부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해, 점진적으로 전국화할 예정이다.


기본소득 제도는 앞서 제기한
대기실에 갇힌 청년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오늘날의 청년실업 장기화의 원인은 개개인의 선택이 아닌 계층의 양극화, -중소기업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기본적인 생계해결은 물론이고 소박하나마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소득이 확보된다면, 한 줌의 좋은 일자리를 놓고 수천명이 다투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천대 일의 경쟁률이란 우리 사회가 가진 경제적 불안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함20, 대기실에 갇힌 청년들에게 중앙정부가 예산을 대고 지자체가 집행하는 식으로 한시적인 기본소득, ‘청년 페이를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는 청년이 순조롭게 기존 사회에 통합(취업과 경제적 자립)되는데 따르는 비용이 과도하다. 교통비, 통신비처럼 사회적으로 존재하기위한 필수재에 한해 보조하는 형태라도 좋다. 앞서 소개한 실업부조 및 주거보조 대책과 연계한다면 적은 돈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지자체 중심으로 집행하므로 청년들의 수도권 몰림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페이는,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한 가장 든든한 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