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사에서 시민 기자로 활동 중인 대학생 김형일(27)씨는 이십대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데 자긍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과 달리 가끔씩 찾아오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 대한 부담은 어쩔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시험기간이 다가오거나 아르바이트, 과제 등으로 몸이 피곤할 때는 부담감이 더욱 커진다. 물론 일주일 동안 공들여 작성한 기사의 대가는 ‘무보수’다. 그렇지만 1년 째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과 활력이 넘친다. 왜일까.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기사를 ‘자발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0대들이 주체적인 의지로 스스로 무급노동을 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대학교 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학생회가 있다.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존재하는 학생회는 ‘무보수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학교의 각종 행사(입학식, 체육대회, 축제, 개교기념식, 졸업식 등)를 하나부터 열까지 주도적으로 준비한다. 또한 학내에 편의를 제공하는 복지사업과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학교에 전달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에서 복지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선엽(21)씨는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총학생회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 저녁에 있는 회의는 그의 일상이다. “어제는 총집회의(총학생회 전체구성원 회의), 오늘은 중집회의(각 부서의 국장 회의), 내일은 삼집회의(총학생회 대표자 회의), 모레는 복지국 자체회의가 있죠”. 듣기만 해도 버거운 일정을 소화하는 그는 하루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최근에는 ‘취업 페스티발’ 사업을 마치고 야구잠바와 바람막이 공동구매를 기획 중이다. 그는 “더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평소 학생회 사업에 학우들의 참여가 저조한데 이번에는 활발해서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라고 웃는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항상 열심히 준비하는데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하고,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돈 받으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걸 해야 하나 회의감도 자주 들죠”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하지만 학생회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인다. “제가 기획하고 추진한 사업으로 인해 학우들의 학교생활이 좋아지는 거잖아요. 뿌듯해요”.




한편에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보상없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는 대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각종 언론과 출판물에서 20대를 '안일하고,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희망없는 세대'라고 소개하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김지연(26)씨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여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시민단체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다양한 행사와 캠프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이주민여성이나 자활대상자에게 지원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독도지킴이 운동과 사막화 현상방지를 위해 몽골에 나무심기 캠페인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대학생활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가끔 엄마가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나 하라고 구박하는데 그거 외에 힘든 일은 없어요(웃음). 아르바이트하면 돈밖에 더 들어오나요. 작은 일이지만 내 노력으로 누군가의 삶이 즐거워 진다는 것. 그게 바로 제 노력의 결실이죠”.

김형일, 김선엽, 김지연씨를 비롯한 20대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것도 ‘무급’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으로 인간에게 노동의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