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찬반 논의는 오랜 시간 지속돼 왔다.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제한적 공창제까지,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성매매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사회의 굽은 시선이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윤락녀, 범법자, 성매매 피해자, 호칭만큼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미디어를 타고 흐르는 왜곡되고 과장된 이야기들만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할 뿐이다. 성매매 찬반 논의에 앞서, 편견과 왜곡을 걷어내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닐까. 

고함20 그럼, 이만 100인 릴레이 인터뷰이의 62번째 주인공은 성노동자 연희,(25세)씨다. 연희씨는 자신이 성노동자라 불리길 원한다. 그녀는 ‘성노동’의 개념을 주장하고, 성노동자의 권리는 지지하는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의 활동가다.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의 실상에 무지한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성매매 여성이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었다.

겨울이 찾아오는 듯, 바람이 쌀쌀한 어느 오후 홍대의 어느 밥집에서 연희씨를 만났다.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에서 함께 활동하는 혜리씨와 밀사씨가 동행했다. 한 낮에 맥주로 시작한 인터뷰는 그 어느 인터뷰보다 솔직했다.

* ‘성노동’의 개념을 주장하고 성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인터뷰이의 요청에 의해 인터뷰 내용에는 ‘성매매’ 대신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 해당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이며, 성노동자의 스펙트럼이 넓고 개개인의 사정이 다양한 만큼 근거 없이 일반화될 수 없음을 밝힌다.

 

인터뷰에 함께 한 밀사, 혜리, 연희씨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희라고 합니다. 현재 25살이고요, 2008년부터 성노동 일을 시작해서 5년 째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지금은 안마방과 휴게텔 두 군데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안마방은 안마와 성 서비스를 함께 하는 곳이고, 휴게텔은 마사지와 성 서비스를 함께 하는 곳이에요. 두 군데 일이 비슷해서 병행하고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성노동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4백만 원 정도를 학자금 대출 받아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또 여기저기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새내기다 보니까 전공 책도 사야하고, 사물함도 신청해야 하고. 친구와 함께 월세 집에 사는데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이런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당시 탈가정 상태라(집을 나와서) 부모님께 서포트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죠.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어요.

낮에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저녁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다, 편의점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일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잘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편의점부터 시작해서 학원 강사, 빵집 파트타이머, 병원 사무 보조 등 이런 저런 일들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밤일(성노동)을 고려안하고 이것저것 했는데, 밤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낮에는 학교 다니고 밤에는 일을 하다보니까 시간과 체력 소모가 너무 컸어요. 학업이 주가 되고 일이 부가 되어야 하는데 학점이 계속 마이너스가 나왔죠. 그래서 점차 일하는 시간이 적고, 시급이 센 것을 찾게 됐어요. 처음에는 바를 다녔어요. 다른 업종보다 시급이 1000원~1500원 높고 일하는 시간이 적었어요.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야 해서 건강에 지장이 오고, 다음날 학교 가기도 힘들었죠. 그래서 바를 그만 두고 단란주점에서 일 하게 됐죠. 단란주점이라고 해서 전화 통화하고 면접 보러 갔는데, 알고 보니 미아리 텍사스에 있는 집장촌이었어요. 잘못 찾아 간 거죠. 그렇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지금까지 어떤 곳에서 일을 해오셨나요?
 

성노동 일은 일종, 이종, 삼종으로 분류돼요. 이런 분류는 급이 아니라 토지분류법 기준에 따른 거예요. 일종은 룸이고 이종은 룸보다 격이 낮은 단란주점 정도가 되죠. 처음엔 삼종인 집장촌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룸싸롱에서부터 안마방, 휴게텔까지 10여 가지 종류의 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을 했어요.


Q.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시는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인가요?

손님한테 상담해 줄 때 보람을 느껴요. 손님이 속내를 털어놓으면 들어주고 상담해주고, 그렇게 힘이 됐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4번인가 찾아온 손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찾아와서 여자친구한테 차였다고 말하면서 울더라고요. 그럴 때 손님들한테 힘이 된다는 걸 느껴요. 그렇게 성 서비스와 함께 상담같은 감정 노동을 할 때 보람이 있었어요.

(밀사:)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성 구매자는 성노동자들에게 단순히 성 서비스 외에도 다른 것들을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성노동자에게 털어놓기도 하거든요. ‘직장에서 잘렸는데 가족들한테 다른 일 한다고 말을 못하겠다, 너 아니면 누구한테 말하겠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몇몇 성구매자들은 성노동자에 어떤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성노동자는 최상의 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들이죠.

 

Q. 흔히들 ‘성노동자가 남자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나 있겠냐’고들 말하는데요, 연희씨의 경우는 어떤가요?  

남자친구하고 대개 동거를 했는데, 서로 몸 상태를 아니까 숨길 수가 없어요. 속이는 게 더 힘들어요.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 중에 편견을 갖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고, ‘일인데 뭐 어때’ 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중에 편견을 갖고 대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Q. 성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 때문에 주변에 쉽사리 직업을 밝히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연희씨도 그러셨나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미아리에 있는 유리문으로 된 집장촌에서 일한다고 말했어요. 성노동 여성에 찍히는 사회적 낙인을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다 끊기고 주위 사람들한테 ‘더럽다’, ‘몸판다’는 식의 손가락질을 당했어요. 사회적 낙인이 현실화가 된 거죠.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힘들게 됐어요.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져서 학교도 결국 그만둬야 했죠. ‘관계를 지속해야 겠다’싶은 (성노동 업종 밖의) 외부 사람에게는 24시간 피부 관리실에서 야간 카운터를 본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죄책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이 일이 싫거나,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서 죄책감이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제가 스스로 ‘몸을 파는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마음이 편했을 거예요. 그렇게 외부의 시선 때문에 제 자존감이 깎였던 것 같아요. ‘아 사회에서 쓰레기같은 일을 하는구나’하고 위축되기도 하고, ‘이 일에 대해서 내가 좋게 생각하는 것도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거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이렇게 남들이 생각하는 저와 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면서 결국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묻혀버린 거죠. 그렇게 엄청난 좌절을 겪었어요. 그렇게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만나도 거짓말을 했던 그런 시기가 꽤 길었어요. 이게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 운동하기 전까지의 모습이에요.

   


현재 연희씨는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에서 활동 중이다. ‘지지’는 성노동자들의 권리는 지원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단체로,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 시민권을 위해 현장 활동과 연구를 병행·실천하는 모임”이다. ‘성노동’의 개념을 주장하며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노동 조건의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Q. 성노동 업장이나 업주가 성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업장의 조건이나 환경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요?

의사 같은 전문 직업은 제외하고 제 처지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비교해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일이 가장 나은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노동자체가 여타 직종의 노동환경보다 더 나아요. 출, 퇴근 시간은 타 업종에 비해 자유로워요. 무엇보다 페이를 다음 날 아침에 줘요. 지금까지 알바 이것저것 많이 해봤는데 한 달 아르바이트하거나 한 달 직장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Q. 하지만 성노동은 일반 노동 환경에서 제공하는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지 않나요? 일례로 4대 보험도 적용받을 수 없잖아요.  

4대 보험 적용된다 하는 곳에서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전 빵집에서 일할 때 천식과 피부염에 걸렸는데 의료보험 하나도 못 받았어요. 아파서 좀 쉬겠다고 말하니, 점장이 ‘그럼 나오지 말고 계속 쉬어라’고 말하더라고요. 유명학원에서 학원 강사로 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학원 강의 하다가 후두염, 인후염에 걸렸어요. 원장한테 치료해야 해서 좀 쉬어야겠다고 말했더니 그럼 영원히 쉬라고 말하더라고요. 바로 잘렸어요. 
 

Q. 업주와 수익은 어떻게 나누고 계신가요? 

(제 개인적으로는) 저와 업장이 5:5, 6:4나 1:3의 비율로 나눴어요. 1:3은 당시 처음 일했을 때 미아리 집장촌에서 받은 거예요.



Q. 업주가 돈을 어떻게 주고 있나요? 만약에 돈을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요?
 

만약 업주가 돈을 안주면 방법이 없어요. 지금은 업주한테 받을 돈을 못 받고 있는 상태에요. 지금 업장에 아가씨가 없어서 저를 잡아두려고 돈을 일부러 안주는 것 같아요.



Q. 성 구매 남성은 성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비인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성노동자 권리 모임 ‘지지’ 활동을 하면서, 계몽 대상이자 전투대상 1순위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손님이에요. 일단 성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아요. 욕하고 맞는 건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해도 무시하고 무조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해요. 저는 예전에 면도칼에 손이 베인 적도 있었어요. 제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성관계를 강요받다가 응급실에 가서 수술을 받기도 했고요. 룸에 다닐 때 피 흘리면서 나오는 언니들 정말 많이 봤어요.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요.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도 지키려고 하지 않아요. 저는 당연히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해요. (손님이 지불한 돈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해서 제가 여기에 불만을 표시하면) ‘네가 이러니 창녀 소리를 듣지’하고 화를 내요. 제가 하는 이 일은 버는 돈의 반 이상을 성노동자가 가져가요. 업주가 있긴 하지만, 거의 ‘내 장사’를 하는 거죠. 자영업스러운 면이 있어요. 하지만 구매자는 성노동자를 그렇게 대하지 않아요. 성 구매자의 그런 태도는 성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혜리:) 흔히들 성노동 여성들이 드세다고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순하고 맹하면 손님한테 당해요. 세게 나가고서 손님을 제압하고 리드해야 해요.

 

Q. 손님에게 수시로 맞고 욕을 들었다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셨나요? 

일단 범죄 성립 자체가 안 돼요. 성매매 특별법(이하 성특법)은 성노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것 같아요. 성특법을 만든 사람들이 성노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안다면, 그런 법을 만들 수 없어요. 성특법이 적용되면 앞에서 말씀드린 그런 피해를 당해도, 그건 피해가 아닌 게 돼요. 왜냐하면 제가 인신매매 피해자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여성부와 서울대에서 공동으로 ‘성매매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90~95%가 자발적으로 일 하고 있다고 응답했어요. 그런데 성특법은 나머지 5~10%의 인신매매 피해자만을 위한 법이에요. 나머지 90%는 피해자도 아닌 법을 위반한 범죄자취급을 받고 있죠. 불합리한 폭력을 당해도, 자기가 자발적으로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전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요. 사실상 성특법 때문에 이 일을 선택한 사람이 피해자가 된 거죠.

인신매매는 다른 법으로도 처벌 가능해요. 성특법은 인신매매가 문제가 아니라, 성노동이 문제라는 거죠. 바지선에 새우잡이로 끌려오는 노예 할아버지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업 자체를 없애자고 말 하지 않죠. 그런데 성특법에서는 인신매매가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성노동이 문제인거예요. 그래서 그 법 때문에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거죠. 덧붙여 그 법 때문에 성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늘어나기도 했어요.

 
Q. 성특법에서 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자활대책도 펼치고 있지 않나요? 

자활지원도 헛웃음이 절로 나와요. 처음에는 지원금이 40만원~60만 원 정도 나왔어요. 그 때는 뭘 배우거나 가게 같은 걸 차릴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지원금이 한 달에 20만원 나와요. 뭘 배우고 싶어도 학원비도 못 내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다들 쉼터에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자활지원책이라고 추진하는 일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만든 게 아니라 성과주의, 실적주의적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지난 9월 23일, 성매매 특별법 8주년을 맞았다.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은 성매매 여성을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짐’의 ‘윤락녀’라는 용어 대신, ‘성매매 피해자’로 정의한다.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행 8주년이 지난 지금,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내용의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기는 마찬가지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가 정말 성매매 여성을 위한 것이냐다.


 




Q. 흔히들 성노동자 중에는 20대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주변 성노동자 중 20대가 실제로 많은가요?


성 구매자들이 20대를 많이 원하는데, 실제로 그렇진 않아요. 30, 40대 다양해요. 오히려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원해서 나이를 20대로 속이는 경우가 많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다 뿐이지 성노동 업종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성노동 남성도 있고요. 동성애자를 상대로 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Q. 주로 찾아오는 고객은 어떤가요? 

고객도 마찬가지에요. 다양하고 또 평범해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 돈이 많은 사람들, 나이 어린 사람들도 오고요.


Q. 미디어에서 성노동자를 다루는 여러 시선이 있습니다. 그 중, 성노동을 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거나 (학비를 못 벌어서 시작했다는 등) 성노동 과정의 선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게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게 불만이죠. 하지만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하루 이틀에 고쳐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은 고치려는 노력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지지’ 활동을 통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저를 비롯한 다수의 성노동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성노동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잖아요. (사람들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는 건) ‘지지’ 활동하면서 계속해야 할 일이에요.

 

Q. ‘그렇게 떳떳하면서 왜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느냐’는 말도 있죠.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창녀라고 욕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이라면 당연히 마스크를 벗겠죠. 지금은 시위하는 성노동자들을 사찰하고 찾아내서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위험이 있잖아요. 자기 자신뿐 만아니라 주위 사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쓸 수밖에 없는 거죠.

마스크 벗고 얼굴 공개하라는 말은 솔직히 ‘네 얼굴이 예쁜지, 안 예쁜지 보고싶다’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아요. 우리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마스크를 쓰든 쓰지 않든 저희가 외치는 구호를 들으면 되는 거죠. 만약 우리가 마스크를 벗는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말에 신경도 안 쓸 거예요. 그런 사람들한테 세미나 같은 공개 행사에 오라고 해도 안와요.

(밀사: ) 그리고 기본적으로 시위하면 채증의 위험 때문에 보통 마스크 쓰지 않나요? 똑같은 거예요.


Q. 미디어나 일반 대중들이 성노동자에 대해 갖는 통념 중 가장 반박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돈 많이 벌어서 사치한다’는 시각과 ‘가난하고 불행하고 못 배워서 몸이라도 판다’라는, 전혀 다른 이 두 가지 시선을 들 수 있어요. 두 가지 모습 말고도 성매매 업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다양한 모습들을 무시하는 거죠. 이 일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거고요.

 

Q. 현재 성매매를 노동의 하나로 보고, ‘성노동’의 개념을 주장하고 계신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듯 우리도 성노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연희씨의 의견과는 반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죠. 먼저, 노동이라는 건 일을 해서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만들어내는 건데, 어떻게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있냐는 주장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시각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생산물을 창출해내는 것만 노동으로 생각하는 거죠. 감정노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감정노동도 노동이에요. 성노동에는 감정노동적인 측면도 있어요. 

그리고 돈을 너무 쉽게 버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희도 몸을 써서 힘들게 일을 해요.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같이 하죠. 그리고 취향이 아닌 사람과 성 관계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요. 쉬운 일을 한다고 비판을 하는 주장에는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어요. 노동을 폄하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요.
 
(혜리: ) 노동이 화이트 칼라까지 포함한다고 할 때는, ‘왜 우리까지 묶어서 노동자라고 부르냐’고 반발하더니, ‘성노동도 노동이다’라고 말하니까, ‘노동같은 신성한 일에 성노동을 어떻게 포함시키느냐’고 말해요. 노동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죠.

 

Q. 또 이런 비난도 있죠. 윤리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성을 사고 팔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개인의 윤리죠. 성을 신성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에게 성을 신성하게 생각하라고 간섭할 수는 없어요. 본인 기준을 존중하되, 강요할 수는 없는 거죠.

 
Q. 성노동이 여성 자체를 도구화, 수단화 한다는 여성단체의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하면 결혼도 똑같이 얘기해야죠. 성노동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거나 결혼이 그렇게 하는 거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여성단체의 반발이 가장 타협하기 힘든 것 같아요. 여성계가 엄청 보수적이에요. 문제는 그 사람들도 자기들이 잘못됐다는 걸 어느 정도 알아요. 그런 틀이나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라인을 벗어나기 힘든 거죠.

 

Q. 앞으로도 성노동 일을 계속하실 생각이신가요?

저희 ‘지지’ 조직에서 성노동 당사자들을 상대로 상담센터를 열지 않는 이상,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어요.  


Q. 연희씨의 꿈은 무엇인가요?
 

‘성노동의 비범죄화’를 이루는 거요. 그리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싶어요. 해외에서도 성노동 비범죄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성노동자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해요.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야 하고, 또 이슈를 환기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차기 정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나 공약이 있으시다면? 

성노동 비범죄화겠죠. 당사자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만들어서 당사자와 활동가의 의견을 담아 비범죄화를 이루고 싶어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사실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 딱히 할 말이 없긴 한데. 노동자들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공약만 남발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실천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