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뚜렷했다. 민주통합당은 75.8%라는 높은 투표율에 잠시 들떴으나 이는 결국 착각으로 밝혀졌다. 87년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의의도 박근혜 당선자의 몫이었다. 2030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도 민주통합당의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세대별 (잠정) 득표율이 나오자 2030 세대의 33%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3%라는 수치는 흔히 말하는 ‘젊은 층은 진보적’이라는 공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고함20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20대를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민주통합당의 반값등록금 정책, 비현실적이다
박근혜 후보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문재인 후보의 ‘임기 말까지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 등록금’ 공약과는 달리 소득 분위에 맞춰 차등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서울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대은 씨(23)는 “건전재정포럼에서 발표한 복지 분야 재원 규모를 보면 5년간 새누리당은 40조, 민주통합당은 122조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차등적인 반값 등록금 적용이 전체 적용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20살이 돼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권지은 씨의 생각 또한 민주당이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기권하고 싶었다. 누구도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어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려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고 계층 간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안보문제 때문에 박근혜 찍었다"
서울 4년제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안보영 씨(22)는 실제로 안보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고 답했다.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나타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 한계선)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친북주의에 가까워 보여서 그것이 우려로 남았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휴전 국가고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안보가 불안한 나라인데 군인들의 군복무기간을 줄인다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고 답했다. 대은 씨 또한 천안함, 연평도 사건 보면서 북한에게 틈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후 ‘대화와 강경을 적절히 배합하겠다는 박근혜에게 더 믿음이 갔다.’고 박근혜 후보에 투표한 이유를 밝혔다.
보영 씨와 대은 씨의 의견은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연구소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대에서 복지, 성장, 안보, 소통, 통합 중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꼽느냐는 질의에 ‘안보’라고 답한 비율이 17.2%로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30대 중 ‘안보’에 답한 비율은 5.6%, 40대의 경우 5.5%, 50대는 15.0%였다.
보영 씨와 대은 씨의 의견은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연구소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대에서 복지, 성장, 안보, 소통, 통합 중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꼽느냐는 질의에 ‘안보’라고 답한 비율이 17.2%로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30대 중 ‘안보’에 답한 비율은 5.6%, 40대의 경우 5.5%, 50대는 15.0%였다.
하지만 당장 안보보다 20대에게 반값등록금이나 최저시급 인상 등의 정책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냐는 질문에 보영 씨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가 주장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밀어붙이면 세금이 더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돈이 나가는 건 똑같지 않냐”고 일축했다. 이어 그녀는 “나는 반값등록금이 필요 없다. 차별적 등록금 지원을 통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을 마쳤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현승 씨(가명)는 한편 민주통합당의 정권교체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 일색이었다. MB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계속 주장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게 부족했다.”고 의문을 표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최승운 씨 역시 마찬가지 의견을 가지고 있다. “MB가 5년 동안 실정을 반복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라고 물었을 때 민주통합당은 그 답변을 성실하게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구동성 "찍을 사람이 없다"
33%는 무시하지 못할 수치다. 그러나 매일경제 등에서 기사로 다룬 ‘20대 보수화(化)’라 말하기는 다소 민망하다. 기사에서 제시한 ‘청바지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갔다’든지 ‘청년 미래플랜’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또는 보수 후보에 투표한 근거로 댄 20대는 없었다.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많은 20대들은 ‘확신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박근혜 후보가 차악의 선택이었다는 주장은 세대론 분석의 함정을 보여준다. 또한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선택에 영향을 줄만큼 중요하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박근혜 당선자를 만든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박근혜 후보의 차등적 반값 등록금 정책과 안보관에 있었다.
51.6%의 지지율로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민주주의 선거 제도가 절차상 나머지 48%의 의사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닐 것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문재인 후보가 유리하다’는 주장이나 ‘2030 세대와 서울 지역에서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견은 상대적이었을 뿐 적어도 오차범위를 다툰 선거에서는 불필요한 분석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던 것처럼 ‘20대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관측 아래 세대론을 고착화시키지 않길 바란다.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던 33%의 20대들도 그리고 문재인에게 투표했던 66%의 20대까지 모두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는 것이 20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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