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군인 필수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늘기 시작했다. 일명 군인몰 사이트에 들어가면 입대 전후 상품부터 계절별로 필요한 것들, 먹거리 등의 카테고리가 눈에 띈다. 추운 겨울을 이길 수 있는 각종 방한용품부터 PX(군대 내에 면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매점)에서 구하지 못하는 수입 과자 등이 있다.
집 떠나와 고생하는 군인을 위해 기획된 상품들은 군인의 애인, 가족, 친구의 관심을 산다. 일명 '고무신'이라고 불리는 군인의 애인들은 이 사이트가 제공해주는 각종 정보와 상품에 편리함을 느낀다. 입대하고 고생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지만, 군대에 반입하면 안 되는 물건이나 규제하는 규칙을 잘 몰라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모르는 고무신에게는 안성맞춤 사이트다. 대부분 고무신들이 군대 내 사정을 모르니 이런 사이트는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군인 용품사이트에 들어가 윈도쇼핑을 했다. 여러 상품을 보니, 필요하지 않은 게 없어 보일 정도의 '필수품'이 가득했다. 제품명 앞에 붙은 수사구는 감수성을 자극하여 저절로 지갑을 열게 한다. '군인의 겨울은 1년 중 반', '습진 지킴이' '야외 훈련 시 짱! 벙어리장갑' 등 추위를 많이 타는 군화를 생각하면 장바구니엔 이미 방한용품으로 가득하다. 또한, 직접 포장해서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도 있다.
(출처: 깜장고무신)
육군 일병 남자친구를 둔 김시언씨(22)는 “여자인 내가 군대를 잘 알고 그런 게 아니라서 그냥 전문적으로 군인 용품 파는 데서 사면 더 편리할 거 같아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시언씨는 “사이트를 이용해보니 생각만큼 편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필요한 용품이 많아서 충동구매도 했다”고 전했다. 선물 받은 군화는 “성은이 망극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군대 용품 전문사이트는 고무신(군인인 애인을 둔 사람)과 군화(애인을 둔 군인)에게 유용한 사이트다.
반면 박혜연씨(22)는 군인 몰을 이용하면서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혜연씨는 “과제세트를 선물해야 사랑받는다는 식으로 제품을 설명하는데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 또 “이용자들의 상품 후기를 보면 괜히 나도 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상품 후기를 쓰면 기본적으로 적립금을 주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적립금을 모으기 위해 대부분 최고점을 주는 게 현실이다. 군대 반입된다고 해서 구매했지만, 군대마다 규정이 달라 반입을 못 했을 때 헛돈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별없이 사랑하기? (출처: 꾸니스토리)
선물을 직접 받는 군인의 입장은 어떨까? 어머니로부터 군인 몰 상품을 받은 이병윤(25)씨는 “깔창과 방한용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선임들 눈치 보여 사용하지 못했다”며 “군일 몰에 직접 가보니까 웬만한 건 군대 내에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윤씨는 “다 상술 같았다”고 덧붙였다.
꾸니스토리에서 회원에게 보낸 메일
군인 용품 전문 사이트인 “꾸니스토리”에서는 고무신의 마음을 헤아려 “꽃봉오리 시스터즈”를 모집한다. 꽃봉오리 시스터즈는 일명 똑똑하게 내조하는 방법으로 꾸니스토리의 신상품을 블로그에 올려 홍보하거나 상품평을 남기는 등의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꾸니스토리 적립금을 받는다. 그 적립금은 군화를 위해 고스란히 쓰인다.
내조는 본디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것으로, 현모양처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에게 헌신하고, ‘착한’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군일 몰에서 ‘내조’는 상품의 논리로 소비자에게 청유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소비의 형태로 드러나고, 소비는 내조의 한 방법이 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만남에 제약이 있다 보니 마음을 표현할 길은 선물밖에 없지만, '내조'라는 개념을 이용해 소비를 조장하는 군인 몰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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