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사진=Newsroh.com 제공)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치킨레이스라는 게임이 등장한다. 치킨레이스는 두 운전자가 서로 충돌하는 코스로 질주하여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먼저 피하는 쪽을 치킨(겁쟁이)로 부르는 데서 치킨 레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화를 따라하던 청소년들이 곧잘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한 이 게임은 미숙하면서도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청소년기의 반항을 그대로 시사한다.

지난 12일 진도 5.1 규모의 인공지진파가 북한의 함경북도에서  감지되었고 곧바로 북한은 핵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오늘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선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합의하였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또한 추가적인 대북제재 안을 논의중이다. 중국이 허용하는 선에서 추가 대북제재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은 치킨레이스의 연장선이다. 북한이 엑셀을 밞을 때마다 국제사회도 다시 엑셀을 밞아왔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는 같은 해 10월 15일에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를 발표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이후 유엔 안보리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발표하며 또 다시 대북제재안을 내놓았다. 2013년 1월에 안보리는 2087호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에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규탄하는 결의안이다. 북한이 속도를 내는 만큼 맞은 편에 있는 이들도 똑같이 속도를 올리고 있다. 코스의 출돌지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히 알수없다.

여기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가 발생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 모두를 만족시키고 균형을 이루는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은 상호배신이다. 서로를 배신한다면 더 피해보지 않는 안전한 결과 값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한계까지 핵무기를 늘리는 식으로 내쉬균형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서로 손해 보는 이 균형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고 이내 재래식 핵무기를 어느 정도 폐기하는 '상호협력' 상태로 나아갔다. 치킨게임에 있어서 균형은 죄수의 딜레마와 달리 상호배신이 아니라 한쪽의 배신으로 이루어지는 균형이다. 상호 배신은 죽음이므로 어느 한 명이 핸들을 돌릴 때만이 균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둘 다 죽기 싫다면 어느 한 명은 차를 돌려야 한다. 유엔 안보리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을 마냥 구경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 충돌할 치킨게임을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다. 박근혜 정부도 이전 정권처럼 아직 충돌하지 않았으니 시간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시간이 있을까. 충돌하고 나면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다. 상대는 빈털터리 운전자고 이쪽은 한강의 기적으로 일군 부를 갖고 있는 나라다. 부딪혔을 때 손해는 명백하다. 국민의 목숨으로 도박을 거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이쪽만 핸들을 돌리기 싫다면 상대의 핸들을 돌리도록 설득해야 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이제 의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