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하모씨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난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하씨와 같이 종교나 개인적 신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6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양심적 병역 거부 수감자에 92%에 해당하는 숫자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심적 병역 거부란 ‘양심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행동’을 말한다. 여기에는 ‘평화’를 위한 병역 거부, ‘동성애자’로서의 병역 거부,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 등 많은 이유의 병역 거부가 존재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법안은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발의되어왔다. 지금은 전해철 의원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법안만이 대표 발의 된 상태다.

이렇듯 양심적 병역 거부 수감자가 6000명이 넘어가고 있고 또 그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 차례 상정됐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비판을 넘어 싸늘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 단체 측은 계속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해왔다. 최근 기독교 신문 ‘기독공보’는 지난해 전역한 한 기독청년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입대한 청년들은 양심을 지키지 못한, 양심 없는 사람들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을 한참 빗겨나간 질문이다. 지난 2011년 12월, 한 강의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 임재성씨를 만난 적이 있다. 필자는 임씨에게 입대한 청년들에 대한 병역 거부자들의 인식은 어떠한지에 대해 물었다. 임씨는 “병역 거부에 대한 아픔은 소수자인 우리 스스로의 몫일 뿐 군 복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날 수 없다.”고 답했다. 덧붙여 군복무를 이행하는 사람도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약자일 뿐이라며 그들을 안 좋게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즉 양심적 병역 거부는 개인의 ‘양심’에 의한 행동일 뿐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고 또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이슈는 기독교 단체의 논쟁으로 불거지는 추세다. 많은 의원들이 입법 발의를 철회한 것도 기독교 측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의 이러한 지속적인 반발은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기독교만의’ 논쟁으로 만들어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로 대표되는 인간의 최소한 권리 요구는 묵살된 지 오래다.

이제 ‘양심적 병역 거부’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수차례나 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무력충돌이 잦은 나라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유는 '국가 안보'라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수단이지 민주주의를 초월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고 또 그러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즉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이미 공론화 되어있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지 않을 권리,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총을 들지 않을 권리 이 모든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에 우선시되는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다. 단순히 기독교만의 논쟁으로 결정지어질 문제가 아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인류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로 귀결됨을 인정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 이슈가 공론화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