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그맨 이봉원은 MBC 새 예능 프로그램 ‘스플래시’를 위해 다이빙을 연습하던 도중 수면에 얼굴을 부딪쳐 ‘눈밑 뼈 골절’이라는 사고를 당했다. 결국 이봉원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이봉원의 사고는 방송 첫 회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방송 2주 만에 무려 출연자의 5분의 1이 부상을 입었을 정도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스플래시는 해외 방송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셀레브리티 스플래시’의 판권을 사온 것으로, 원작은 네덜란드, 중국,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방영된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방송을 중단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큰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가 스플래시의 방송을 강행한 까닭은 최근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시즌2’에서 다이빙을 소재로 해 큰 인기를 누렸던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해 인기 좋은 타 방송국을 따라하려다 결국 문제를 낳고 만 전형적인 케이스다.
스포츠나 레저, 어드벤처 등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안전사고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SBS ‘정글의 법칙’ 캐리비언 편을 찍던 노우진과 오종혁이 ‘괴물 모기’에 전신을 뜯겨 온몸이 퉁퉁 부은 장면이 방송돼 한 차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보다 훨씬 과거에도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있었다. 2009년에는 가수 조성모가 KBS 출발 드림팀 시즌2 촬영 중 발목을 골절당해 출연을 목전에 앞둔 뮤지컬 공연에서 하차해야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위해 출연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작금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청자들 역시 원치 않는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 죽자고 덤벼들어야 하니’ 출연자도 시청자도 마음이 편치 않다. 시청률을 위해 안전은 등한시되어도 좋다는 발상은 최소한의 개념조차 상실한 처사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먼저 방송 현장의 노동 환경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다. 연예인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지 그들은 국민을 즐겁게 할 직업적 사명을 가진 것뿐이다.
2004년 9월 13일 성우 장정진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떡 빨리 먹기 게임’을 하던 중 기도가 막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다. 희극이 눈 깜짝할 사이에 비극으로 뒤바뀐 비운의 사고였다. 사건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빨리 먹는 게임같이 ‘무식한 게임’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뜨거운 음식과 찬 음식 빨리 먹기 게임이 성행 중이다.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바뀐 것 하나 없는 예능 프로그램, 그저 출연자들이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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