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로부터 7일 0시 이후로 상영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메가박스는 이에 대해 “일부 보수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된다”며 “일반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급사와 협의 하에 부득이하게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개봉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천안함 프로젝트>는 관객 3,600여 명을 모으며 다양성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일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중단함으로써 순위는 4위로 하락했다. 상영관이 전국적으로 더 확대되려던 상황에서 상영 중단 조치가 영화의 상승세에 제동을 가한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이전부터 수많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 아닌 좌초로 인한 침몰 가능성에 중심을 두며, 정부 조사에 대한 의혹을 전면에 제기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보수 논객들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객관적인 사실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영화의 메시지가 궤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계속해서 해당 사건은 해외 전문가를 포함한 74명의 합동조사단이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것임을 강조한다. 지속되는 의혹에 대해 이미 국방부가 논리적으로 충분히 해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해명했다’는 해명은 누구의 충분에 의한 것인가. 상영 중단 조치는 영화가 다루는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해명했으니 더 이상 입대지 말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메시지가 궤변이든, 합리적 의심이든 간에 영화의 상영은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일부 보수 단체의 주장처럼 영화가 대중을 오도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들의 역할은 영화의 상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하거나 해명하는 선에서 그쳐야 하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의 말미에는 “소통은 ‘합리적 의심’을 받아들이면서 출발한다”는 나레이션이 등장한다. 더불어 정지영 감독 역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 종북주의로 몰리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5월 군 당국이 천안함 희생자 유족과 함께 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었다. 법원이 상영을 허가한 영화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이야 말로 ‘충분히 해명된 일에 입대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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