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일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자면 최대 2년을 연속 휴학할 수 있는 ‘창업휴학제’ 도입과 더불어 일부 교과목을 ‘창업 대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창업 학생들을 장려하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부재한 부동산 대책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정부가 연이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근본적인 하우스푸어의 짐을 덜어주기보단 주택 거래에서의 세금인하로 더 많은 시민들을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방안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창업지원 정책 역시 창업 대학생들이 겪는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정책은 학업으로 인해 창업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유입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창업 도전을 막는 근본적인 장벽은 창업이 실패했을 경우 회생이 불가능한 현실에 있다.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 설문조사에서도 증명되듯이 대학생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는 ‘창업을 실패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패자부활전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유입의 길만 터주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정책임에 다름없다.
정부가 이런 문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의 설문조사를 인용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정책이 나왔다는 것은 정부가 보여주기 식의 정책에 급급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거나,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왔던 것처럼 창업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현 창업 시장이 ‘도덕적 해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인가. 그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소수를 제외하곤 벼랑에서 떨어질 운명을 안고 있는 창업 시장에서 어떤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인지 정부는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20대의 시선 > 데일리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일리칼럼] '당연한 결혼식'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 (0) | 2013.09.10 |
---|---|
[데일리칼럼]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조치,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라 (17) | 2013.09.09 |
[데일리칼럼] 안전 불감증에 빠진 예능 프로그램 (0) | 2013.09.07 |
[데일리칼럼] 종편 재승인, 공공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0) | 2013.09.06 |
[데일리칼럼]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4) | 2013.09.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