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그와의 두 번째 만남

 검은 티셔츠에 헐렁한 반바지 차림. 다시 마주친 그는 편안한 복장으로 강의실을 들어섰다. 미리 제출한 학생들의 기사를 첨삭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이번 강연은 전 강연의 실전편과 같은 것이었다. 기사쓰기에 있어서 참신한 소재를 잡는 것을 연신 강조하던 그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기사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광장’이 주제였던 기사쓰기 과제는 결국 ‘아고라’와 ‘고속도로 휴게소’ 로 기사를 쓴 학생들과 직접 ‘광화문 광장’을 다녀와 생생하게 르포를 쓴 학생이 주목을 받았다.

강연이 끝나갈 즈음, 학생들과 함께한 공개 인터뷰가 진행하였다. 7월의 만남만으로는 하어영 기자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시간 관계상 짧은 인터뷰를 강행했다.


 요즘 새로운 드라마들이 연달아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방송전문 기자로서 드라마시장의 판세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 보시나요??

 ‘혼’이 크게 성공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15%이상 넘어가겠죠? 이서진씨가 있으니까. 이서진씨가 시나리오를 잘 보는 걸로 유명해요. 시나리오를 잘 보는 배우들을 알고 그들이 나오는 작품을 보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지죠. 그리고 ‘전설의 고향’. KBS에는 작가가 굉장히 풍부하거든요. 이번에 ‘파트너’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굉장히 거칠지만, 그렇게 반전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는 굉장히 드물거든요. 그게 KBS 작가군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작가들이 모여서 전설의 고향을 만드는 거거든요. 그래서 재밌을 것 같아요.


 한겨레 오피니언「하어영의 못다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애정도와 시청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쓰신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직도 그 상관관계를 믿으시나요?? (그는 자신이 보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이 최저를 기록하고, 스포츠 경기를 볼 때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패배를 가져와 좋아하는 대상의 프로그램은 가급적 본방송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고.)

 제 기억에 가장 최악의 시청률은 최근에 방영된 ‘트리플’이에요. 아, ‘비단향 꽃무’가 더 나빴던 것 같네요.(웃음) ‘그들이 사는 세상’도 그렇구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굉장히 시청률이 낮아요. 저는 방송을 볼 때, 방송기자가 방송을 보는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고, 제 개인적인 문법으로 보는 거예요. 영화라든가 다큐라든가. 그들이 갖고 있는 진정성 같은 것을 보는 거죠. 예를 들어, 트리플 같은 경우에는 삼십대의 남성들의 로망이 실현되어 있거든요? 그게 전 불편해요. 돌아온 애인,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의 애인과 같은. 그렇지만 그래서 더 좋아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제 자신을 투영할 수 있고 내 현실에 맞는 리얼리즘에 가까운 방송을 좋아하는 거죠. 개인적 취향의 문제죠.


기자 생활을 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기사나 기자님의 예상과 다르게 파장이 일어났던 적이 있으셨나요??

 저는 사람이야기를 좋아해요. 기억에 많이 남는 건 '미혼부 이야기'였어요. 유도하는 학생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아기를 낳고 와이프가 너무 힘들어해서 그 애를 데려다 키우는 미혼부였죠. 너무 힘들어하더라구요. 우리나라는 미혼모와는 달리 미혼부에 대한 조항이 없거든요. 그 기사가 기억에 참 남아요.

 그 기사를 쓰고 난 다음에 쓴 게 ‘안마사 이야기’였거든요. 그 때 안마사 법과 관련해서 화제였는데, 은행에서 부지점장까지 하셨던 분이 갑자기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 안마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걸 내보냈는데 그게 누군지 알 수 없었고 가명이었음에도 누군지 다 알게 된 거죠. 그게 참 신기하더라구요. 알고 보니까 (기사에 있던) 사진 속 집을 알아 본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전화가 온거죠. 기분이 좀 그렇더라구요.


고함20이 ‘세상을 향한 20대의 외침’이라는 부제로 오픈을 했습니다. 기자생활을 하시면서 20대에 대한 생각도 명확하게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요즘 20대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랑 많이 멀지는 않은데요. 저도 사실 90년대 학번이거든요.(웃음) (20대가) 비겁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우석훈씨가 보고 있는 것처럼 낀 세대에도 동의하지 않아요. 같은 흐름선상에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20대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교육체제 변화를 겪은 세대기도 하고. 저는 사실 사회가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겠거든요.

 방송만 가지고 바라본다면, 방송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건 20대예요. 20대가 어떻게 특히 시청률과 관련된 흐름과 변화를 견인하느냐에 따라서 방송판도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거든요. 20대가 소비하는 패턴하고 30대 주부들이 소비하는 패턴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그러니까 ‘변화의 중심에 선 세대를 어떤 정체를 가지고 비평을 하면 안된다. 그들이 변화하는 방식은 우리와는 다르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기자생활에 있어서 지켜야 하는 원칙 같은 게 있다면요??

재밌게 살자!! 노는 것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말자!! 후지게 살지 말자!!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오랫동안 삼성 관련 취재를 해오면서 대기업의 큰 벽을 느끼기도 했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잠시 심각해지기도 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할 때에는 기사를 쓰든지 블로그 글쓰기를 하든지에 상관없이 사실(fact)을 놓치지 않고 통찰력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던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고 ‘악플은 달지 말아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신경쓰지 못했다며 사진촬영을 거부한 그는 무한도전에 나왔던 사진을 써도 된다는 구두 허가를 해주고 떠났다. 놀이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 즐기는 자의 여유가 넘치는 인터뷰였다.



덧. 하어영 기자의 무한도전 도전기 보러가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336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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