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고려대에 입점하기로 한 것으로 인해 논란이 벌어졌던 게 불과 6년 전, 2004년이다. 당시 ‘소주병 시위’ 등 고려대 학생사회의 저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타벅스는 캠퍼스의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커피전문점 하나 없는 대학 캠퍼스를 찾는 일이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대규모 상업 자본이 캠퍼스를 잠식하는 속도는 계속해서 가속화되고 있다.


스타벅스 고려대점 ⓒ 오마이뉴스


2010년, 캠퍼스 상업화 현황

2010년에도 캠퍼스 상업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행보이다. 서강대에 입점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홈플러스는, 숭실대에 1000억원짜리 건물의 건축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해당 건물의 지하 두 개 층을 홈플러스 매장으로 사용하기로 학교 측과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운영주인 삼성테스코는 매장 공간을 27년 간 무상으로 임대하게 된다.

최근에는 국립대의 상업화 행보도 눈에 띈다. 2007년 ‘투썸플레이스’ 입점으로 작은 홍역을 앓았던 서울대 캠퍼스의 경우, 이제는 캠퍼스 안의 상업 자본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비빔밥 프랜차이즈 ‘비비고’(카페소반에서 업체명 변경), 멕시코 타코 전문점 ‘도스 타코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포 베이’, 카페테리아 ‘더 키친’ 등이 성업 중이다. 2010년 하반기에도 기숙사 주변에 편의점 ‘GS25’가, 사회대 신양학술정보관에 ‘패밀리마트’가 들어섰다. 신축건물인 사회대 신양에는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와 커피전문점 ‘자바시티커피’의 입점이 예정되어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방 국립대인 부산대의 경우, 학교 정문에 대형쇼핑몰 ‘효원굿플러스’가 2009년 입점해 운영 중이다. 학교 정문은 쇼핑몰 진입로로 변질되었고, 재학생들은 다수의 쇼핑객들과 캠퍼스의 정취를 공유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등에는 민간자본 기숙사가 완공되면서 주변에 다수의 프랜차이즈가 입점해서 성업 중이다.


부산대 효원굿플러스 ⓒ 한국일보


상업 자본에게 탄력을 주는 원동력, 바로 당신

대학 내 시설에 대한 각종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된 2008년 정부의 정책 변경은 이러한 캠퍼스 상업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화여대의 ECC(Ewha Campus Complex)완공 등이 일어난 2008년은 여러모로 캠퍼스 상업화의 상징적인 해로 남았다. 매우 안정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인 대학을 노리는 기업들과, 재정 부족 문제를 쉬운 방법으로 해결해보려는 대학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상업 자본의 세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 자본에게 탄력을 주는 원동력은 사실상 바로 학생들이다. ‘캠퍼스는 신성한 학문 공간’이므로 외부업체의 학내 진입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무너뜨린 것이 바로 학생들이다. 대학마다 자본의 대학 침식을 반대하는 시위들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캠퍼스 내 상업 시설들은 언제나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캠퍼스 내에서 장사를 시작한 상업 자본이 학생들의 필요를 만족시켜준 셈이다.

실제로 더 많은 상업 자본들이 대학 내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기업들이 대학에 건물과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면서 대학 내로 들어오는 것을 이유로 들며, 상업 자본의 대학 진입을 환영한다. 상업 자본 자체에 대해서도 편리하면서도 질 좋은 음식점이 들어온다면,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들 이야기한다.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미지 출처 : http://photo.naver.com/view/2008081000073508207)


고민하지 않는 지성, 대학의 주인이기를 포기한 학생들

물론 캠퍼스의 상업화로 인해 많은 것이 편리해진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커피 애호가들은 교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제대로 된 로스팅 과정을 거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백반, 분식 아니면 돈까스 식으로 단순하던 학식 메뉴는 다양한 세계의 맛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상업 자본이 침투하면서 함께 세워 준 건물들로 인해 학교의 경관이 아름다워지고, 학생들이 이용할 공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친기업 자본주의적인 캠퍼스 상업화를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적어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스스로를 지성이라고 칭하지도 않는 대학생들은 정말 ‘고민’을 하지 않는다. 캠퍼스 상업화가 가져올 장점도 단점도 그것이 가져오는 새로운 문제들도 그들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상업 자본 대신에 생협을 잘 운영하면 비슷한 품질의 커피를 반값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국가가 교육비 투자를 늘려 대학 재정이 공적 경로를 통해 확충되면 사적 자본의 투자 없이도 대학 시설이 확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은, 즉 그들이 대학의 주인이기를 포기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더 이상 대학의 주인이 아닌 학생들은, 학교의 고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다. 

지금 누리는 조금의 편리함을 다시 고민하지 않는다면, 캠퍼스 그리고 대학생들의 미래는 생각보다 더 암울할지도 모른다. 학교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들이 가격이 학교 외부와 비슷해지거나 혹은 독점의 이익을 업고 더욱 비싸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학교의 주인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대학생들이 이것을 불평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