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매학기 말, 각자가 수강한 수업에 대한 강의평가를 한다. 1993년 한신대에서 최초로 강의평가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일부대학에서는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하기도 하며, 학생들 자체적인 강의평가도 여러 루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의평가 제도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강의평가를 통한 강의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앙대학교가 학기 중 강의피드백 제도를 이번 학기부터 도입했다. 기존 강의 평가와는 달리 강의피드백은 학기 중에 이루어져 해당학기 수업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 제도이다. 이번 학기 강의피드백은 9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중앙대학교 학사관리시스템을 통해 익명으로 진행되었다.


피드백 참여저조, 결국 무의미한 제도가 될 것인가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강의 피드백이 진행된 후인 지금 중앙대 학생들은 피드백 전후의 강의의 차이를 거의 못하고 있다. 원인은 학생들의 참여 저조 때문이다. 중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강의피드백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은 고작 6%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첫 시행, 홍보 부족 등의 이유도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학생들의 강의의 질에 대한 기본적인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기존의 강의평가 제도가 효용을 보지 못했던 원인도 바로 학생들의 무관심이었다. 강의평가를 통해 수업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만큼이나, 강의평가 귀찮기만 하다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았던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강의평가를 할 때 객관식은 같은 번호로 찍기, 주관식은 ‘냉무’로 일관하곤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강의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강의피드백 제도가 만들어졌으나 또다시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비슷한 제도를 이번 학기에 도입한 서울시립대, 기존에도 중간시험 성적공고라는 독특한 제도와 함께 강의피드백 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던 성균관대 등에서도 강의피드백 제도는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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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제도화, 소통 안 되는 사제 관계의 증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많은 학생들은 강의피드백 제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다. 중앙대 기계공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모 학생은 “이번 강의피드백의 경우엔 첫 시행이었고 홍보가 잘 안 되어 참여가 저조했다. 그러나 수업 방식에 대한 의견을 학생들이 개진할 수 있는 루트가 마련되어 강의의 쌍방향 소통은 실현되어야 한다.”며 피드백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물론 강의피드백이 제도화되기 이전에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수시로 강의에 대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면 강의피드백의 제도화가 사제 관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형 강의가 대학 강의의 주를 이루는 현실상 그런 이상은 달성되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강의피드백제도는 실제로 몇 가지 조건들만 담보된다면, 좋은 강의의 실현을 위해 상당히 좋은 제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의 진지한 참여, 피드백 내용에 대한 강사의 성실한 재피드백, 교육 환경과 관련된 피드백 내용에 대한 학교의 고민 등이 그 조건이다. 중앙대의 강의피드백제도 도입의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다음 학기 강의피드백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