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가 ‘성신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쳤다는 소식이 몇몇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지난 22일, 성신여대 김봉수 학생처장은 교명 변경의 당위성에 대한 글을 남겼다. 우선 김 처장은 성신여대는 대내·외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도약을 이뤄야 할 때라는 점을 언급했다. 여대라는 이름을 바꾸려는 것은 지금까지 해 오던 여자대학과의 관행에서 벗어나 전 세계 모든 대학과 경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시대의 변화로 인해 여성은 더 이상 교육면의 약자가 아니게 되었으니 교명에 ‘여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교명 변경은 항간의 논란이 되고 있는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방적 통보에 뿔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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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대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통보에 가깝게 알린 점을 불만스러워했다. 파이낸셜뉴스 7월 6일자 기사에 따르면 5월 경 교명변경소위원회를 구성해 첫 논의를 했고, 7월에는 교수·학생·동창 1000여명을 대상으로 교명변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9000명이 넘는 전체 학생 중 극히 일부만 투표를 했는데 의견이 잘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또한 ‘그동안 학교는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시킨 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출처 : 성신여자대학교 남녀공학 추진 및 교명 변경에 반대합니다.  http://sswu.oh.to/



 뒤늦게 수습 나선 학교

 
22일 올린 글이 문제가 되자 학생처장은 추가내용을 게시해 다시금 입장을 밝혔다. 성신여대가 성신대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왜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첫 글과 달리 한층 누그러진 투였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메일 항의를 하자 학교 입장을 오해하고 있다며 하나하나 해명을 했는데, △다수의 학생들에게 교명 변경 내용을 알리고자 글을 올린 것 △학교 본부는 교명 변경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의지가 있다는 것 △교명 변경 절차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글을 올린 것이라며 답장을 보내 결코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럼에도 항의 메일, 포스트잇 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이에 김 처장은 ‘교명 변경 추진에 관한 추가 설명’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글에서 교명 변경을 둘러싸고 학생들이 열띤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 교학협의회의 약속 이행 사항이기에 공고문을 게시한 것 △ 교명 변경은 대학본부가 강행하지 않을 것 △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학교가 남녀공학을 추진하고 있다거나, 교명 변경 사안을 강행처리한다는 등의 주장은 올바른 여론 형성에 해가 되므로 학생들에게 신중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성신여대생으로 남고 싶은 학생들

 성신여대 학생들은 일관되게 학교 측의 교명 변경 추진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성신여자대학교 남녀공학 추진 및 교명 변경에 반대합니다(
http://sswu.oh.to/)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였으며, 학교 측이 붙인 대자보에 포스트잇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대 총학생회, 26대 인문대 학생회, 25대 사회대 학생회가 문건으로 입장 표명을 했는데 모두 학교의 일방적·독단적인 운영 방침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내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총학생회는 입장서에서 ‘성신여대의 경쟁력은 이름 변경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올라가는 등록금에도 나아지지 않는 학내 복지 인프라에 대해 언급했다. 사회대는 중차대한 사안의 결정 과정에서 학교의 진정한 주인인 수정이(성신여대 학생들을 이르는 말)들의 의견은 늘 배제되었다며 학교 측의 독선적인 운영 처리가 처음이 아님을 지적했다.

출처 : 성신여자대학교 남녀공학 추진 및 교명 변경에 반대합니다.  http://sswu.oh.to/


 11월 5일에 끝난 교명관련 수정이 총 투표 결과는 학생들의 반대 의사를 더욱 공고히 한다. 총 재적 인원 9309명 중 52.8%인 4914명이 참여한 총투표에서 93.5%가 반대한 것. 논의의 과정이 문제 없고, 교명 변경도 찬성한다는 의견은 20명으로 0.4%에 불과했고 논의의 과정의 잘못은 인정하나 교명 변경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4.6%였다. 투표 인원의 93.5%가 논의의 과정도 잘못되었고 교명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교명 변경에 찬성하는 5% 중 4.6% 역시 학교 측이 주도한 논의 과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졸업생 고은수(26)씨는 “이번 교명 변경 문제에 대해 졸업한 친구들은 관심 없다는 반응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름을 바꾸는 것이 실제로 여대가 가지고 있는 메리트를 포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성신여대가 여성의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강조했던 만큼 이러한 행보는 그 동안의 학교 측의 방향에 전면 대치된다고도 이야기했다. 또한 동문회비도 내고 학교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지금까지 학교 측의 관련 언급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7월 중 있었다는 졸업생 참여 투표의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고 물을 정도였다. 이는 교명 변경 문제에 있어 재학생뿐 아니라 동문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굳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제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