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이상이 모이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하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지는 시대, 대학교 새내기들의 입학 전 모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대학에 합격하는 순간 그들은 '새내기 카톡감옥'으로 초대된다. 단체 카톡방이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불편한 사람도 있다. 



올 해 광운대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 박지원(20세)씨는 두 달 이상 '새내기 카톡감옥'에 몸담았다. "저는 입학사정관제로 합격을 해서, 합격 발표가 수능 이틀 전에 났어요. 그 때 부터 지금까지 제 인생 가장 긴 잉여시기를 보냈어요. 학교도 안 가고, 할 것도 없고…. 간간히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심심하게 보냈어요." 대학 합격자 발표 이후부터 입학 전까지, 수험생들은 10대도 20대도,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애매한 시기를 겪는다. 할 일 없는 예비 신입생들은 이 시기에 온라인 새내기 커뮤니티를 통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광운대학교의 경우 11월 이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하여 여러 수시전형 합격 발표가 나기는 했지만, 카톡 감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12월 중순이었다고 한다. "12월에 수시 일반전형 발표가 났는데, 그 때 싸이월드 13학번 클럽에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들어왔어요. 처음엔 단체 카톡방 까지는 없었고,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 정도였어요." 12월 중순부터 오프라인 모임을 여러 번 가진것을 계기로 해서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러 번의 정모를 거치면서 단체 카톡방은 본격적으로 카톡감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에는 10명 전후의 인원이 유지되다가, 카톡방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이 정모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하며 인원이 늘어난다. "잠깐 핸드폰을 안 봤을 뿐인데도 카톡이 1000개가 넘게 와 있어요." 박씨는 단체 카톡방이 배터리를 너무 많이 소비해서 나중에는 아예 데이터를 꺼 놓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단체 카톡방을 나가면, ‘쟤 왜 나가?’ 이런 식으로 주목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되어 카톡방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은 다 카톡방에 있는데 나만 나가버리면 그 사이에 친구들끼리 친해져서 입학 후에 소외감을 느낄 것 같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새내기 카톡감옥'의 또 다른 수감자 고려대학교 13학번 최현민(21세)씨는 아직까지 두 개의 카톡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처음엔 문과대학 카톡방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국제어문학부 카톡방, 인문학부 카톡방으로 세분화 되었죠." 인문학부 카톡방은 사람이 많았을 때는 75명까지 되었다고 한다.그는 지금 인문학부 카톡방과 사회학과 수시생 카톡 방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인원이 추가될 때마다 자기소개를 하곤 하는데, 인원이 많다보니 다른 대화 없이 자기소개만 계속될 때도 있다고 한다. 참여인원이 75명일지라도 실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사람은 많아 봐야 15명 정도라고 했다. “카톡 대화에 활발히 참여하는 친구가 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하고 장난식으로 ‘여기 감옥인거 몰라?’ 이러는데, 그렇지 않은 친구가 나가면 별로 관심도 없어요."라고 최씨는 말한다.

새내기 단체 카톡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씨는 등록기간이라든지, 신입생 영어시험같은 정보를 카톡방을 통해 얻는다. 인맥관리의 차원에서도 단체 카톡은 중요하다. "같은 과 친구 중에 같이 수업들을 친구를 못 찾았을 때 독강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요. 이 인맥이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과에서 여러 인맥을 쌓을 수 있으니까 좋긴 한 것 같아요."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대, '새내기 카톡감옥'이 하나의 대학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