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대의 시선 (1304)

“I’m Fine”이 필요한 이곳, 레이디스 코드 1주기를 추모하며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처럼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 지난해 9월 11일, 특집 '라디오스타' 일일DJ 유재석이 마지막 노래를 선곡하며 한 멘트다. 2014년 9월 3일엔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가 교통사고로 멤버 은비가 사망하고, 9월 7일은 멤버 리세가 사망했다. 올 2015년 9월 3일은 사고 1주기가 되는 날이다. ⓒ MBC 교통사고는 비가 오던 날 레이디스코드를 태운 차가 영동고속대로에서 과속주행을 하다 벌어졌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시속 137km로 과속 운전을 하던 중, 브레이크로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에 부딪힌 것이다. 빗길 운전이라 시속 88km가 규정 속도임에도 비가 오지 않을 시의 규정 속도인 시속 110km조차 훨씬 넘..

지하철 캠페인은 탑승객 감정과는 무관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보니 약속시각에 7분 정도 늦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친구에게 미리 연락을 해둘까? 아니, 친구도 늦을지 모르니까 미리 말하지 말자. 이런저런 가능성을 재보고 있는데 자꾸만 뭔가가 머리를 친다. 뒤돌아보니 누군가가 커다란 가방을 휘두르고 있다.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타려하는 사람, 새치기하는 사람,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그에 합당한 비난의 눈길을 가해 왔다. 은근한 요청의 눈길 뿐만 아니라 그들을 '비매너'라고 칭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것도 가능하며 주변 사람들의 공감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야기했을지도 모르는 감정 소모를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고 있다. ..

네이버는 대학생을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네이버 페이지 중에는 “NAVER 20’s”라는 페이지가 있다.(링크) 여기에는 20대 대학생을 겨냥한 각종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검색광고 대학생 서포터즈를 비롯해 트렌드 리포터 등 대학생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캠퍼스 페스트, 캠퍼스 세미나 등 대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마련되어 있다. NAVER 20's 메인 화면 'UXDP'라는 디자인 부문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 역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e-커머스 드림과 네이버 트렌드 리포터 중 에디터 부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대학생’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캠퍼스 핵데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커톤(Hackathon)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해커톤은 핵(Hack)과..

'청년'으로 호명되기를 거부한다

"이 글의 필자인 나는 청년이 아니다." 스물일곱이라는 대단히 '청년'스러운 나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청년으로 형상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문자 그대로 보면, 이는 불가능한 선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20대가 만드는 20대 언론'을 표방한 [고함20]에서 지난 6년간 일하면서, 또 '청년세대' 담론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실제 수많은 '청년층'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 불가능한 선언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 청년담론을 스스로 생산하려는 목표를 가진 청년 당사자들이라면 더더욱, 스스로를 ‘청년’으로 형상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글은 '나는 청년이 아니'라는 선언이 왜 정당화될 수 있고 왜 필요한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쓰였다. 우선, '..

박근혜(a.k.a. 박게바라), 그녀는 혁명을 꿈꾼다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늑장 대응, 정보 차단,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사실 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총리와 장관 임명에서부터 시끄러웠고 대선 공약은 파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도 터졌다.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서도 안 됐으며 일어났어도 300명이 넘는 목숨이 사라지면 안 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메르스 사태까지 지금 정부는 무능함의 끝을 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무능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된 이상 박근혜 정부가 정말 무능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정부가 이렇게 답답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런 무능한 정부가 있을 ..

메갈리아의 딸들, 혐오로 혐오를 지우는 방식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가 '남성 혐오'로 가득 찼다. 갤러리를 가득 채운 혐오의 문장들은 낯설고도 익숙하며, 동시에 익숙하고도 낯설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가부장제 사회 내 여성과 남성의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설정 아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메르스 갤러리 속 넘쳐나는 혐오의 문장에서 객체였던 여성은 주체로, 주체였던 남성은 객체로 갈아 끼워지고 있다. 메르스 갤러리와 이갈리아의 딸들이 만나 '메갈리아의 딸들'이 탄생했다. 이곳은 메갈리아의 땅, 남성 혐오를 통해 여성 혐오를 비추는 장이다. 메르스 갤러리 게시글 캡쳐 메르스 갤러리가 원래부터 남성 혐오의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0일 홍콩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 여성 2명이 격리 치료를 거부했다. 이들은 이내 여성 혐오의 먹잇감이 되어..

언론 '미스핏츠'의 책임 : <한국일보 vs 프레시안>에 부쳐

최근 20대 미디어 [미스핏츠]의 한 동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라는 영상이다. 34초의 짧은 영상의 내용은 단순하다. 한국일보와 프레시안의 모바일 화면을 틀어놓고 기사를 읽는 것. 그 과정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광고의 개수를 비교한다. 영상 중간중간에 (깊은 한숨)이라거나 (이젠 기사가 보이지도 않아)라는 내용이 프레시안 쪽에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광고 숫자 비교해준 뒤 ‘프레시안 최소 광고왕 200% 인정!’이라며 끝이 난다. 이 영상을 두고 [미디어오늘]에서 기사가 나왔고, 많은 미디어 종사자들로부터 비판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 체제이고 조합원으로 가입해 돈을 지불하면 광고가 뜨지 않는다는 점, 한국일보는 광고가 없는 ‘클린 닷컴’을 만들 재정적 기반이 있었다는 점 등 언론사들의 사정..

NCS, 스펙대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

현대카드는 스펙을 보지 않고 인재를 뽑겠다며 ‘스페셜 트랙’ 전형을 만들었다. 전형을 통과한 합격자의 면면은 어떨까.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기고한 물리학도가 있다. 유능한 과학도임이 분명하다. 그는 단지 금융 관련 스펙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권위 있는 공모전에 10번이나 입상한 청년도 있다. 스카이 출신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화여대를 나왔다. 스펙을 안 본다는 전형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취업에 성공한다. 스펙을 차치하고 뽑았는데, 뽑고 나니 스펙이 좋았다. 스펙은 취업 성공에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 정도는 된다. 이는 ‘적은 채용 인원’이라는 구조적 함정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채용한 인턴사원의 정원은 70명이었다. 그중 10%를 ‘스페셜 트랙’으로 뽑는다. 70명 중 7명. 전국에 있..

내가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그건 네 문제야!

봄이다. 날은 따듯하다 못해 더워지는데, 옆구리가 시리단다. 친구가 자꾸 주변에 괜찮은 남자 없냐고 보챈다. 그녀가 말하는 괜찮은 남자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카톡 친구목록을 뒤져본다. 그러다 발견한 아는 오빠에게 소개팅할 생각 있냐고 넌지시 카톡을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온다. “근데 걔 예뻐?” 지난 16일, 이대 필름 포럼에서 작은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풀뿌리 여성단체 의 주최로 박강아름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가 상영되었다. 는 “이 영화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여성 본인의 입장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한 시간 반가량의 영화가 끝난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질문 “걔 예쁘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