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불어온 '수업 중 노트북' 논란

지난 2월 20일 연합뉴스는 ‘하버드 강의실 노트북 금지 확산…정의론 샌델교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버드 교내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를 비롯한 여러 교수가 수업 중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교수들의 제재와 관련해 찬반논란이 일었다고 덧붙였다. 곧이어 다른 언론들도 이를 보도해, 현재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관련 기사 건수만 50개가 넘는다.


좌측 하단의 남자 학생이 수업시간에 노트북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고있다. ⓒ www.thestar.com


2010년에도 한국 언론들은 워싱턴 일대 대학의 교수들의 ‘강의실 노트북 사용 금지’를 이슈화했다. 자유로운 수업분위기로 기억되는 미국 캠퍼스에서 ‘금지령'이 갖는 의미에 주목한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최근 5년간 한국 대학의 ‘강의실 노트북 사용’에 관련된 기사들은 2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 대학 강의실의 노트북 금지령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의 노트북 사용은 큰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 것이다. 정말로 대학 수업 내 노트북 사용에 대한 애로사항이 없는것일까?
 
대학생 박효진(23.서강대) 씨는 주로 노트북을 이용해 필기를 한다. 교수님의 강의를 손으로 받아 적는 것 보다 노트북을 이용해 기록하는 것이더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이나 정치 외교학과 과목은 피피티 없이 하는 수업이 꽤 많거든요. 수업자료가 있지만 대부분 참고용이고, 교수님들의 말씀이 너무 빠르니까 일단 다 받아 적어요.” 

그렇지만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생 김아람(가명.22)씨는 “성능이 괜찮은 노트북이 아닌 이상 키보드나 쿨러(노트북의 열을 식혀주는 장치)의 소음이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전 가능하면 맨 뒷자리나 양쪽 구석에서 강의를 들어요.” 라며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불편하다고 했다.
 
 

좋게만 볼 수 없는 '수업 중 노트북 사용'

한동대학교 학보인 ‘한동신문사(www.hgupress.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트북 사용 학우들 탓에 수업을 방해받는 학우는 전체의 35%(435명)이다. 수업이 방해받는다고 생각한 이유로는 ‘노트북 화면이 눈에 띄어 거슬린다’ (52%, 228명), ‘타자 소음 때문에 수업 집중이 안 된다’ (43%, 188명) 등을 들었다. 
 
대학생 지원태(24.성균관대) 씨는 교양과목에서 노트북 소리에 신경이 쓰였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노트북 사용을 반대하지만 그 원인을 수업환경의 특성에서 찾았다. “수업 중 노트북 사용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노트북 사용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교수님들이 노트북으로 필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배려를 해 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위해 수업 중 노트북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국대학교 언론학과의 손태규 교수는 그의 칼럼 ‘강의실에 노트북 컴퓨터를 금(禁)하라’에서 “아무리 첨단 교육 도구라 할지라도 학생들의 수업 집중을 분산시키며 창의력 증진, 사고력의 확장을 막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라며 오랜 고민 끝에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수업 시간 노트북 사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위노나주립대 케리 프라이드 교수의 연구를 언급하며 "학생들은 랩톱으로 수업 시간의 25%를 강의 필기가 아닌 ‘딴짓’을 하기 위해 썼다. 연구 결론은 랩톱은 학업 성취에 대단히 부정적 영향을 미쳐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랩톱을 사용하면 할수록 성적은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앞의 한동신문사의 설문조사에서도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우 24%(290명) 중, ‘필기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우는 60%(175명)에 달했다. 



'스마트'함을 거세당한 대학교 강의실, 시행착오를 허(許)하라.

한편 수업 중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임슬애(25.고려대) 씨는 경영학과 과목을 수강하면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우들이 수업이 아닌 웹서핑을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노트북 화면에 눈이 가기는 하는데 방해되는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만약 그것이 방해가된다고 해서 어떤 금지나 제한을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들을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인 포럼 M25의 찬성반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976명의 참여자 중 378명(38.7%)이 ‘강의실 노트북 사용’을 '반대했고 나머지 498명(61.3%)은 찬성을 했다. 노트북 사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는 않지만, 학습의 자유와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학 수업 내 학습자의 노트북 컴퓨터 활용에 관한 질적 연구(정수정, 2010)'에 따르면 수업 중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수업 이탈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 상당부분 학습자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학습자들은 보통 교수자의 발화 속도가 느리거나 전달력이 부족하여 수업에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거나 웹 서핑을 하고 싶어진다고 진술했다. 또한, 수업이 학습자-교수자 간 상호작용 없이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로 진행되는 경우나 강의 유인물을 단순히 읽는 방식으로 강의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 역시 수업 이탈 행동의 유혹을 느낀다고 하였다."

따라서 수업 내 노트북을 통제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인 '수업 집중력 감소'는 강의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담한 학습자의 대부분이 처음부터 놀기 위해 노트북을 수업에 들고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진술한 점과 학습 내용이 체계적으로 조직되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강의에서 노트북으로 다른 행동을 할 틈을 느끼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에 미루어볼 때, 학습자들이 노트북으로 학습 외 행동을 하는 것은 학습자 내부보다는 외부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또한, 그러한 원인 중 하나는 전술한 바와 같이 교수자의 강의 진행과 전달의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학교나 교수자로서 이를 학습자의 의지나 태도의 탓으로 치부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수업시간 '딴짓'은 노트북이 없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 maxmovieblog.tistory.com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오찬호(35) 강사는 수업 중 노트북 금지와 같은 통제는 더 나은 방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업 내 노트북 사용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의 학습 효율이나 기존의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는) 수업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기기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더 좋지 않습니다." 그는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난 만큼 공동체 공간인 강의실에서 이를 금지가 아닌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을 사용하면서도 학습효율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을 고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과거의 학습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통제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비교육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