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인생의 멘토가 되고 싶은가?

 

힘겨웠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방황하는 청춘에게 등불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고 무작정 펜을 잡으면 안 된다. 성공한 자기계발서에는 공통의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 비법은 임윤서의 논문 대학생용 자기계발서의 구성과 서사 전략 연구에 담겨있다. 이 논문은 공전의 히트를 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이하 아프니까)’, 김미경 강사의 ‘드림온’, 이지성 작가의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이하 스무 살 절대)’의 서사 전략 구조를 분석하여 미래의 등불들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 네이버 책 소개/사진 편집 고함20

 

Step 1. 일단, 경제가 더 악화하길 기도해라

 

한국의 자기계발서는 IMF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인 IMF를 겪으며 한국인은 고용불안과 불투명한 미래에 시달렸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사례는 한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졌을 때 자기계발서가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므로 자기계발서를 출판할 계획이 있다면, 일단 경제가 불황에 빠지길 기도해야 한다.

 

Step 2. 자기계발서의 대전제는 ‘모든 건 네 책임’이다

 

바람대로 경제가 악화하였다면 이제 펜을 들 때다. 글을 쓰기에 앞서 마음가짐을 고쳐먹자. 만약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이런 X같은 세상’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라. 자기계발서를 쓸 때 기본 전제 조건은 ‘모든 잘못은 내 탓’이다.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야 자기계발서의 대전제가 완성된다. ‘나를 믿고, 나답게 살고, 자신을 사랑해야 성공한다!’는 전제 말이다.

 

사조영웅전


이런 식의 모습들은 성공한 자기계발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나와 나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게 하지 말고”(아프니까), “온갖 훼방과 혼란스러움, 방해공작을 뚫고”(드림 온), “학점도 친구도 부모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스무 살 절대)라는 식으로 말이다. 타인이 완전히 배제된 종교적 수준의 자기 성찰이다. 20대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인기 있는 자기계발서가 되려면 숭고한 자기 성찰을 강조해야 한다.

 

Step 3. 경쟁자와 함께 1등을 해보자!

 

자기 성찰을 통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되라고 강요해야 할까. 무작정 1등 하라고 말하는 건 독자들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배려’, ‘행복’과 같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간을 강조하자. 그 위에 성공을 적당히 버무려야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앞서 말한 세 권의 책에서도 이와 같은 수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성공은 사회적 성취와 개인 행복의 조화”라고 표현했으며, ‘드림온’에서는 “꿈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등 ‘마음’이나 ‘행복’ 등의 성공과 어울리지 않는 가치어를 중시한다. 모순적인 성공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 경쟁자와 함께 모두가 1등이 불가능하다면 ‘네 책임’이라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Step 4. ‘꿈’은 촌스럽다. ‘나침반’이라고 단호하게 말해라

 

내용의 뼈대를 잡았다면 이제는 표현방식을 신경 쓰자. 자기계발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꿈’이다. 하지만 ‘꿈’이라고 그대로 표현하는 건 촌스럽다. ‘꿈’ 대신 ‘나침반’이라고 써야 성공한다. 아래 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임윤서, 「대학생용 자기계발서의 구성과 서사전략연구」(한국시민윤리학회보 제26집 2호, 2013년)


또한, 종결어미는 독자의 의사를 묻듯 ‘의문형’과 ‘하라체’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내용을 강조하며 독자의 의욕도 고취할 수 있다. 실제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도 의문형과 하라체의 어미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드림 온’은 세 권의 자기계발서 중에 가장 강력한 단정형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의 경우, 대화체를 기반으로 하라체와 의문형이 적절히 배치되고 있다.

 

미래의 등불들에게….

 

자기계발서 쓰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분명히 성공의 법칙이 있다. 앞서 말한 4가지 단계만 기억하자. 그러면 ‘아프니까 꿈을 향해 절대 지지 않기’를 바라는 성공한 자기계발서로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 Death Note

 

ps. 안된다고 기사를 욕하지 마라. 자기계발서의 대전제인 ‘네 책임’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