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는 ‘즉각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휙휙 지나가는 트렌드들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현상의 단면을 조악하더라도 빠르게 훑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트렌드20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 ‘인스턴트’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나 숨어있던 현상들을 짚어내어 스케치하고자 한다. 취미, 컨텐츠, 소비 현상들을 엮어내, 생활 방식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컨테이너는 사실 매우 큰 소포다. 배를 이용하는 화물들은 컨테이너를 통해 운송하게 된다. 규격화된 거대한 사이즈는 보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해서, 스릴러 영화에서도 종종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컨테이너가 꼭 운송 용도로만 쓰여 왔던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는 간이 공간으로도 익숙하게 활용되어 왔다. 잠깐 필요해서 지어두었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쓰이는 식으로, 공사장과 같이 일정 기간 동안만 실내공간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여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컨테이너가 도심에서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만 컨테이너를 따온 미즈컨테이너부터 쿤스트할레, 복합문화공간 네모, 그리고 최근 개관한 커먼그라운드까지 서울 곳곳에서 컨테이너 건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최근 개관하거나 재개관한 두 컨테이너 건물을 비교해 보았다.


특별한 날, 특별한 공간이 되는 SJ 쿤스트할레

컨테이너 개수 : 28개

재개관 날짜 : 2015년 4월 18일(재오픈 기념 파티 기준)

위치 : 7호선 학동역과 강남구청역 중간 지점

특이사항 : 서울 레코드 페어, 웹투니스트데이, 블링 나이트 플리마켓 등이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의외의 사실 : 평상시에는 일반 카페, 바로 운영된다.


쿤스트할레 전경


쿤스트할레는 2009년 개장했으며 지난 4월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SJ 쿤스트할레로 이름이 바뀌었다. 쿤스트할레는 주로 행사 장소 대여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공간 대여에서 주가 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행사의 주최이므로, 쿤스트할레의 정체성은 ‘유명한’ 행사가 열린다는 점 외에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되었다. 


다른 행사들은 일회성이지만 쿤스트할레가 지속해서 공간을 대여하게 된 행사가 하나 있다. ‘블링 나이트 플리마켓’이다. 미디어 블링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10년 이전부터 블링 벼룩시장, 블링 플래툰 나이트 플리마켓, 블링 나이트 플리마켓으로 이름을 조금씩 바꿔가며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 왔다. 


블링 나이트 플리마켓이 다른 벼룩시장과 비교해 특별해지는 부분은 ‘나이트’라는 점이다. 행사가 기획되었던 초반부터 밤에 열리는 플리마켓으로 이미지를 굳혀, 클럽 문화와 플리마켓을 혼합시킨 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입장에 제한이 없고, 플리마켓 판매자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매달 공모하여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모두에게 열린 플리마켓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심 속의 유희 공간으로 커먼! : 커먼그라운드

컨테이너 개수 : 200개

개관 날짜 : 2015년 4월 10일

위치 : 7호선 건대입구역

특이사항 : 스트릿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의외의 사실 : 컨테이너 200개라 하지만 그렇게 거대하진 않다.


파란색 컨테이너로 이루어져 있는 커먼그라운드


커먼그라운드는 건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속에서 200개의 파란 컨테이너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기이한 일인데, 그 파란 구조물이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까지 하다. 총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커먼그라운드는 쇼핑, 식사,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커먼그라운드에 입장하면 정면에 보이는 것은 파이프로 이루어진 조형물이다. 조형물을 지나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대로 따라가다 보면 여러 브랜드들을 거치게 된다. 스트릿 마켓 1층에는 석고 방향제나 가죽 팔찌, 드라이플라워가, 2층에는 장식물, 인형이나 여름옷 등이 판매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를 신도림 디큐브시티,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같은 거대 복합쇼핑몰에 비해서 훨씬 작은 규모를 가졌다. 컨테이너 200개라 하지만 연면적 5,289㎡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64분의 1에 해당한다. 크기뿐만 아니라 입점한 브랜드를 비교해 봐도, 커먼그라운드는 복합쇼핑몰보다는 편집샵에서 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러 스트릿 브랜드를 입점한 편집샵의 형태에, 식사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추게 된 커먼그라운드는 파란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랜드마크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사진.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