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한국 대중 문화의 열풍은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과거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불던 한류와 달리 두 달 전 SM ENTERTAINMENT(이하 SM) 등 아이돌 기획사가 유럽과 미주에 진출해 한국 문화를 널리 보급하고 돌아왔다. 오랜 연습을 거쳐 완성된 한국 아이돌의 군무와 세련된 외모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도 호감 가는 인상을 심어주고 왔다. 한국의 대중가요, 이른바 k-pop은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유럽에서 열풍을 일으켰고 그 중심에 있는 한국 아이돌은 해외 브랜드 광고까지 도맡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 도대체 무엇이 한국적인 모습을 담은 내용이고, 그들이 k-pop을 들음으로써 한국을 알게 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한국사람이 해외에서 일으킨 바람이 한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어디까지 진짜 한류로 바라보고 인정해야 할까.

 



언론의 과장된 한류 보도


 

직접 유럽 현지에서 반응을 실감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류 열풍이 유럽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보도를 통해 알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한류를 과장하여 보도 하고 있다. “슈퍼주니어가 60주째 대만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대만 차트 안에서 별도로 마련된 j,k-pop차트 안에서의 1위이지 대만 현지 가요 차트를 통틀어 60주 동안 1위 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언론은 해외에 끼친 한국 사람의 영향을 과장되게 보도해 듣는 이로 하여금 미친 영향을 실제 보다 더 크게 느끼도록 한다.

SM기획사가 파리에서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 왔을 때, 대부분 국내 언론은 한류의 쾌거 내지는 한국 문화의 유럽 정복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르 피가로도 각각 10일자와 9일자 지면에 나란히 ‘2012 한국 방문 해의 기념’ SM TOWN LIVE WORLD TOUR IN PARIS 공연 및 티켓 매진 소식, 추가 공연을 요청해 프랑스 팬들이 펼친 시위 내용 등을 전하며, 아시아를 평정한 K-POP의 유럽 공략에 대해 다뤘다. 그러나 희망 일변도 및 파리정복 식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이 뉴스를 보도하는 우리 언론과 달리 현지 언론의 노조는 차분하다 못해 은유적으로 비판한 모양새였다. 물론 겉으로는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사실 그대로 보도했지만, 그 속에서는 비판적이 내용이 드러난다. “음악을 수출 가능한 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대로 만들어진 소년과 소녀들이 긍정적이며 역동적인 국가 이미지를 팔고자 하는 한국 행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이다. 그 이면에는 기획사의 문화 상품화, 예쁘게 포장된 아이돌 상품을 국가 이미지화해 판매하는 한국 정부, 이런 이면을 보지 못하고 몰린 유럽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들어 있다. 실제로 유럽 문화는 국가 위주의 문화가 아닌 개인 중심의 문화이다. 프랑스 낭트 대학원에 재학중인 윤아무개씨는 문화적인 현상과 사조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프랑스 언론의 문화면 보도 형태를 감안할 때, 문화 상품을 위주로 기사를 내보낸 것은 문화적 비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류에 대한 열기가 과열되었다는 국내의 언론 보도와 달리 이곳의 분위기는 차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르몽드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기획한 문화상품은 결국 사회의 창의력을 죽이는 일이라는 비판적인 댓글도 눈에 띄었다.
 


점령, 정복 등의 자극적인 기사와 과장된 한류 보도는 한국 대중 문화를 접해보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은연중 싫어지게 되는 슬리핑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한류 보도 방식과 전파 방식이 혐한류를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국위 선양, 한국 알리기의 좋은 목적 달성이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나라는 더 차분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너무 들떠 있는 언론은 문제 의식이 흐려지고, 보도에 객관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록 한국 대중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파리의 일부 젊은이들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소수일지 모르나 국내 언론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서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