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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일기 2014] 자취방 위기탈출 넘버원 (2)

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모기와 해충 혼자 살면 의외로 가느다란 모기를 잡기가 힘들다. 방 크기에 비해 크고작은 모서리와 구석이 많아서일까. 모기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나방처럼 큰 해충이 들어온 적이 있다. 원래 벌레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거의 울면서 약을 뿌리고 신문지를 휘둘렀다. 아직도 나방의 날갯짓 소리를 떠올리면 소름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시간 가량 통화했다. 혼자 귀신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다른 위기상황도 그렇지만 정말 이럴 때 동네친구가 절실하다. 차마 잡아달라고는 못하더라도 좀 찾아와달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주방의 도미노 토마토를 익히거나 김치와 ..

[자취일기 2014] 자취방 위기탈출 넘버원 (1)

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자취인에게도 위기는 온다. 전등이 고장났을 때 한명이 살기엔 조금 남고 두명이 살기엔 좁은 원룸의 대부분은 화장실 전등에 나사가 없다. 당신의 자취방 원룸 화장실 전등으로 방 전체 넓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에 전구 한알을 건다. 어느쪽으로 돌려 열라는 표시도 없다. 처음에는 전등의 동그란 유리 부분을 열어야 하는 줄 알고 낑낑댔다. 넘어져서 뇌진탕을 일으키면 내 학자금대출은 어쩌나 하는 걱정에 힘을 제대로 못 쓴 탓도 있는것 같다. 명절을 이용해 각종 짐을 교환해주러 온 부모님이 와서야 나는 '테두리'부분에 꾹 힘을 가해 돌려야 ..

[자취일기 2014] 자취방과 화장대 이야기

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인생에서 공식적인 화장대를 아직 가져보지 않았다. 화장대가 들어오기엔 방 크기가 작기도 하고, 왠지 필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서, 여자애들 방에는 화장대가 있구나 하는(최소 내가 가본 남자애들 집의 그들 방에는 화장대가 없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토론에 영향력이 전무한 고정관념이 생겼다. 나는 스물 둘 정도가 지나서 언젠가 화장대를 갖게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파우더룸 테이블 앞에 앉아 드라이를 하고 마스카라를 올리는 로망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나의 어머니도 이사를..

[자취일기 2014] 자취인을 위한 변호, 일회용품과 쓰레기

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쓰레기를 적게 내놓는 집의 주인이고 싶었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점에서 이곳은 전혀 내 소유가 아니다. 그럼에도 케케묵은 '주인의식' 정신을 다짐해야 할 것 같았다.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 절약하는 생활의 시작인 듯 했고, 뒤이어 돈도 아끼는 삶을 살지 않을까 생(착)각했다. 쓰레기통이 작은 탓도 있었다. 방에 입성한 후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나름대로 물건들을 신중하게 골랐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일회용품을 기피하는 것이었다. 좀 불편했지만 텀블러도 꽤 지속적으로 들고 다녔다. 일회용컵을 사용한 날엔 웬만하면 헹구고 말린 뒤..

[자취일기 2014] 자취방과 옷의 행방불명

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언제부턴가 옷이 하나씩 사라졌다. 몇년 전부터 잃어버리고 발견하지 못한 옷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옷 뿐만이 아니라 장갑이나 목도리도 종종 잃어버렸다. 나와서 산 '연차'가 길어질수록 옷이 사라지는 빈도는 점점 늘었다. 옷가지들은 머릿속에서 생생한 색과 섬유 감촉으로 넘실대다 사라진다. 그럴때면 옷이 지구상 어디엔가 부유하고 있을 것 같아 약간 감상에 젖는다. 괜찮다. 쓰레기통 안에만 없으면 된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면 차라리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에는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누굴 빌려줬나 싶어 기숙사, 하숙집, 지금 사는 ..

[자취일기 2014] 자취방의 우편물 이야기

2014년 고함20은 [자취일기 2014]라는 제목으로 20대의 자취생활을 중계합니다. 소재 제보를 환영합니다! 한동안은 세 칸 짜리 우편함에서 주간지를 꺼내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얀 종이로 포장되어 왔기 때문에 각종 고지서 사이에서 접혀있는데도 눈에 띄었다. 명동이나 광화문 한복판에서 약속한 누군가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조금 오버하자면 말이다. 많은 '월세장사'용 건물이 그렇듯, 이 곳도 지하 PC방부터 5층의 옥탑방까지가 빼곡하다. 방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방을 굳이 반으로, 또 반으로 갈라놓은 원룸 건물이다. 많은 가구의 우편물이 깔끔하게 주인을 기다리기에 작은 철제 보관함은 턱없이 작다. 빌라 입구에 서서 가로로 된 직사각형 우편함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PC방 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