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투표를 안 한다고 말이 많다. 누군가는 선배 386세대와는 달리 정체성을 형성할 시기에 정치참여의 경험이 없어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IMF시절 부모들이 직장에서 잘리는 모습을 보고‘내 한 몸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넓게 보면 이러한 일화적 주장들엔 별 설득력이 없음을 알게 된다. 과거 또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대와 공간을 가리지 않고 어느 국가에서나 20대가 투표율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386세대가 대학에 다닐 때도 당시 20대 투표율은 50, 60대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투표율은 20대에서 60대까지 유선형으로 증가하는 그래프를 그린다.

왜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를 하지 않을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설명은 20대는 가진 것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생의 주기 효과’다. 특히 20대 초반의 경우 직장에 다니는 비율이 낮다.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정책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주거형태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20대들이 외지에 사는 경우 보통 자취, 하숙, 기숙사 등의 주거형태를 이용하는데 당연히 사는 곳을 ‘우리 지역’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적다. 사회경제적 지위도 매우 낮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인 활동들, 예를 들면 선거 기간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든지 정치적인 성격의 모임을 갖는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시간, 돈, 그리고 인맥이라는 사회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힘든 이유가 이렇게나 많이 있다니. 물론 20대가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마냥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 지난 18대 총선과 같이 20%대에 머무르는 낮은 투표율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의 책임을 온전히 20대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다. 사람들은 20대의 투표율 저조를 비난하기만 할 뿐 도대체 왜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투표를 하는 20대는 왜 투표하고, 하지 않는 20대는 왜 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아야 대책이라도 세울 것 아닌가. 고함20은 이 문제에 주목했다. 20대들은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특히 주류 미디어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고졸, 전문대 졸업생 등 ‘비대학생’ 20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20대의 정치 회의 증상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투표, 왜 해요?②] http://goham20.com/2621
[투표, 왜 해요?③] http://goham20.com/2622



투표로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 선거와 정치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나는 꼼수다’ 진행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2009년 한 대학 언론사에 기고한글에서 한 말이다. 김용민씨는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 무기력함을 질타하며 20대를 ‘뭘 해도 안 되는’ 세대로 규정했다. 그러나 과연 복잡한 20대들의 마음을 단순히 ‘정치 무관심’이란 한 마디로 정의한들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 설문조사를 통해서 명확히 가려보기로 했다.




1. 정당(또는 정치인)의 행동과 발언을 신뢰한다
2. 정당(또는 정치인)들 간의 차이점이 분명하다
3. 정당(또는 정치인)의 공약은 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4. 정당(또는 정치인)은 사회에 필요한 존재다
5. 나의 이익을 대표해주는  정당(또는 정치인)이 있다
6. 일상생활에서 정당(또는 정치인)을 접하고 있다
7. 지지하는  정당(또는 정치인)이 있다
8. 정당(또는 정치인)을 지지함으로써 내 삶을 바꿀 수 있다


“투표하겠다” 90% 이상, 투표의 필요성에는 공감

고함20은 서울시내 대학생 82명을 대상으로 ‘투표로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갖고 선거와 정치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것인지를 물었다. 설문 결과 조사 대상자들 거의 대부분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것이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적극 투표하겠다’(51명, 62%)와 ‘투표할 것이다’(25명, 30%)는 답변이 전체 답변의 92%를 차지했다. 투표를 안 하겠다고 답변한 사람은 조사대상자 82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20대들이 선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청년연대가 지난 7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 19~39세 청년 1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실태 조사 ‘2012년 대한민국, 청춘에게 길을 묻다’에 따르면 응답자 90%가 대선 때 투표할 것이라 응답했다. 지난 11월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19세~29세 이하 청년 1478명을 대상으로 ‘대선 참여의식과 아르바이트’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선에 투표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75.4%는 ‘반드시 하겠다’고 답했고, 18.5%는 ‘가급적 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당과 정치인이 사회에 필요하다’ 70%가 긍정적

다가오는 대선에서 투표를 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정당과 정치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꽤나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20대들의 비정치적 성향을 넘어선 반정치적 성향과 기존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염려하고 있지만, 그러한 성향은 조사 결과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정당 또는 정치인은 사회에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70%가 넘는 대학생(매우 그렇다 10명, 그렇다 47명)들은 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사람은 8%(매우 아니다 3명, 아니다 4명)에 불과했다.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을 신뢰하는 비율 고작 6%

대학생들은 정치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또는 정치인의 발언을 신뢰하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는 답변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61%(매우 아니다 20%, 아니다 41%)를 차지했다.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6%(5명)에 불과했다. 조사대상자 82명 중 ‘정치인을 매우 신뢰한다’고 라고 답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치, 필요하지만 내 주위에선 찾아볼 수 없어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많은 대학생들이 정당과 정치인의 공약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 또는 정치인이 있냐는 질문엔 부정적으로 답변했다는 점이다. 공약과 자신의 삶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선 65%(매우그렇다 15%, 그렇다 50%)가 정치는 삶과 연관되어 있다는 평가를 했으나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 또는 정치인이 있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사람은 17%(매우 그렇다 2%, 그렇다 15%)에 머물렀다. 자신을 대변해주는 정당 또는 정치인이 없다는 답변을 한 사람은 45%(매우 아니다 7%, 아니다38%)로 긍정적으로 답변한 사람수의 두 배에 이르렀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특히 20대의 투표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2008년 실시된 18대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했을 때 20대 전반과 후반에서 모두 투표율이 13%가량 상승했다. 19대 총선에서는 18대 총선에 비해 모든 연령에서 고르게 투표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특히 20대의 투표율 상승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선거의 결과를 뒤바꿀 만큼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올라가자 표를 얻기 위한 정당들의 정책 행보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반값등록금이다. 각 대선후보들은 이미 반값등록금을 중요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소득별 차등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014년까지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을 선언했다.

반값등록금 등의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움에도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 또는 정치인이 없다고 응답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위적인 차원에서 정당의 공약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정당들이 내놓는 정책의 수준이 자신의 삶과는 크게 맞닿아 있지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에서 느끼는 거리감을 줄이는 방법이 숙제

대선주자들이 반값등록금을 전면에 내세워 정책발표를 계속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정치에서 느끼는 거리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생활에서 정당 또는 정치인을 접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학생 71%(매우 아니다 22%, 아니다 49%)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치의식을 묻는 8개의 질문들 중 부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치가 20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기존 정당들이 20대를 위한 정책을 생산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과연 정책을 생산하는 것만으로 20대 유권자들이 정치와 얼마나 가까워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당들이 공약을 열거하고 20대들이 그 정책들 중 몇 개를 취사선택하는 지금의 구조는, 20대를 정치 과정에 있어 수동적인 대상으로 만들어낼 뿐이다. 정치에 대해 느껴지는 거리감을 어떻게 줄일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