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00만 원 가량의 빚을 진 이 대학생은 계속해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려 왔다. 빚을 갚기 위해 갖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빚은 줄어들 줄 몰랐고 고민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바로 다단계였다. 돈을 벌기 위해 다단계 회사에 입사했지만 오히려 잔뜩 빚만 지게 된 것이다.

2011년 불거진 ‘거마대학생’ 사건은 대학생들이 다단계의 수렁에 깊이 빠져 있음을 알렸다. 오천여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에 빠진 채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거마대학생’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합숙생활을 해야 했고, 자신이 팔 물건을 자비를 들여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했다. 이들 중 물건을 팖으로써 물건을 사는데 든 비용을 메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싼 돈을 들여 물건을 샀지만 생활비조차 건지지 못한 게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은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상처에 시달려야 했다. 

다단계의 심각성과 패턴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월 500만원 수익 보장” 등의, 언뜻 보면 허황되어 보이는 공고는 대부분 다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여전히 다단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의 수입이 너무 급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고수익 업무에 대한 유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국 다단계를 시작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불법 다단계 회사들은 대학생들의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달콤한 조건을 제시한다.

다단계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작년 9월 방문판매법을 개정해 ▲계약 체결 3개월 이내에 다단계판매원의 재화 구매 관련 계약 청약철회 가능 ▲판매원에게 현저히 높은 가격의 재화 판매 금지 ▲교육 및 합숙 금지 등의 법안 등을 마련하고 다단계판매원들에 대한 보호 수단을 더욱 강화했다. 대학생들도 자신이 알게 된 일자리가 불법 다단계 업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확인하고, 다단계로 의심이 가면 섣불리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단계는 대학생들의 삶이 극히 어렵다는 것을 틈타 잠입한 암세포와도 같은 존재다. 암세포를 제거해야 문제가 사라지듯, 대학생 다단계 역시 최종적으로는 불법 다단계 행위가 근절되어야만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해결되어야 한다. 살인적인 등록금과 좁기만 한 취업의 문 사이에서 대학생들은 방황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자금대출을 받아가며 대학교를 겨우겨우 졸업해도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선택의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단계는 계속해서 성행할 것이다. 다단계로 인한 또 다른 자살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학생들을 얽어매는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