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임기 시작을 알리는 타종행사 ⓒ뉴스1


기초연금 축소, 4대 중증 질환 지원 축소, 비정규직 사회보험료 축소, 저소득층 노인 임플란트 지원 축소……대통령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당선 이전에 내걸었던 복지공약의 상당수를 축소했다. 본래 이들 공약은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공약이었지만, 복지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선별적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취임도 채 하기 전에 자신이 세운 공약 상당 부분을 수정한 것이다.

걱정스럽다. 박근혜 당선인은 약속과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왔고, 선거 기간에도 자신의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데 성공했다.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공약 이행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복지공약은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하에서 서민경제와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졌고 이는 복지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7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삼으며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을 때, 가장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를 꼽은 바 있다. 그만큼 박 당선인도 이들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모습대로라면 과연 박근혜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론 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현재 한국은 장기 저성장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 공약을 축소해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안보 문제도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일본-미국이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가운데 있는 한국만 국방비를 줄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번에 장관 후보자로 인선된 이들을 보면 박 대통령의 고민이 잘 나타난다. 경제민주화를 얘기했지만 정작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성장론자로 꼽히는 현오석 씨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했지만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장에 모두 보수 강경론자들을 인선했다. 일단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무게를 성장과 안보강화에 둔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에 맞춰 가야 한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말했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슬로건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박 대통령은 당선 이전에 큰 틀의 국가운영방침을 정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복지 확대였다. 더 많은 수의 국민들이 박근혜를 지지한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가 문재인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복지 공약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매우 작아져 있었다.

오늘 박근혜 당선인이 제 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보신각에서 타종 행사가 벌어지고, KBS1에서 생중계로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순간을 전했다. 앞으로 5년 간,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을 보다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앞으로 국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