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한지붕 세대공감'의 시범운영가정을 모집 중이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주거공간의 여유가 있는 어르신이 대학생에게 방을 임대하고, 대학생은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하여 어르신의 생활을 돕는 세대통합형 주거공유 프로그램이다. 고령화와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세대간 교류를 늘려나간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 서울시,‘한지붕 세대공감’ 포스터
청년은 낮은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어르신은 새로운 가족을.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싼 임대료다. 이한솔 대표는 “비용 부분이 일반 원룸 임대와 비교해 거의 3~4배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계약금은 어르신과 대학생의 협의에 따라 시세의 50% 선에서 결정된다.
이한솔 대표는 "어르신과 함께 생활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주거비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우양재단과 이한솔 대표 모두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어르신과 대학생의 생활방식 차이를 들었다.
자식들을 독립시킨 후 외로움을 겪곤 하는 어르신들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자는 데에 익숙하다. 생활패턴 면에서도 차이가 큰 편이다. 어르신들은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데 대학생들은 보통 10시, 11시에 귀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양재단에 따르면, 실제로 어르신들이 가장 요구하는 조건이 귀가 가이드라인이라고 한다.
대학생들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유동에서 자취 중인 한국외대 4학년 김상목(26세) 씨는 “보통 대학생의 생활패턴을 봤을 때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젝트에서 추구하고 있는 어르신들과의 교감이 충분히 이루어 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답했다.
강경화(23세)씨는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한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배우고 나눈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부모님이랑 같이 안 살아본 애들은 적응하기 사실 많이 힘들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자취를 하다 이번 학기부터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김민아(22세) 씨의 경우 혼자 살 때는 없던 통금이 생겼다. 그는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자유분방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부담을 느낄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통계청, 그래픽_이재윤기자
주거 공유를 넘어 세대 공감을 향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어르신들은 우양재단(023332855)에, 대학생들은 민달팽이유니온(minsnailunion@gmail.com)에 각각 신청하면 된다. 두 단체는 어르신과 대학생의 신청을 받아 매칭(연결작업)을 해준다. 매칭 후에는 어르신과 대학생이 직접 협의를 거쳐 입주를 결정하게 된다. 입주가 결정된 가정은 올해 3월 학기부터 함께 지낼 예정이다.
매칭 작업은 대학생보다는 어르신의 조건을 위주로 진행된다.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 자체가 청년주거문제 해결보다는 고령화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해당 프로그램이 세대통합형 복지공동체 사업의 일환이며, 올해부터 시범가구에게 제공하기로 한 이사 지원비 등의 지원 역시 어르신복지과에서 제공하기로 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약 119만명이다. 독거노인의 비율은 전체 노인인구의 20%를 넘어섰고, 개중 90% 이상이 자녀들과 주 1회 이하로 접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우양재단 측에서 관심을 가지는 어르신들 역시 대부분 자녀가 독립했거나 외국으로 나가 가까운 교류가 없는 독거노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노인 자살률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노인 10만명당 64.9명의 비율로, 이들 대부분이 사회와 교류하지 않는 독거노인으로 파악된다.
‘한지붕 세대공감’을 통해 만나는 어르신과 대학생은 하숙과 달리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계로 만나지 않는다. 청소나 겨울철 눈쓸기처럼 도울 수 있는 일을 서로 돕고,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한솔 대표 역시 그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사실 근본적인 주거 문제 해결에 있어서 이 프로젝트는 긍정적이지 못한 건 맞아요. 대학생에게 온전한 주거 공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공동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는 거고. 실제로 문제없이 같이 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시범단계일 뿐이지만, 많은 사례를 남겨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역량이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지원을 받아 확장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 이은주 주무관은 "2013년 최소 10가구의 ‘한지붕 세대공감’ 가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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