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4일 여성 전용 택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전용 택시는 심야시간에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 귀가를 위해 안정성이 입증된 전용택시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에도 ‘핑크택시’란 이름으로 여성 전용 택시를 시행한 바 있으나 정책지원 부족, 여성운전자들의 야간운전기피, 사납금 등의 문제로 폐지되었다. 때문에 서울시의 여성 전용 택시 재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눈길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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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택시, 취지는 좋지만 효과는 글쎄

여성 전용 택시의 취지는 동의하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자이고 범죄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여성 전용 택시가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학생 류 호(26)씨는 “취지는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도 서울시에는 택시가 포화 상태인데 여성 전용 택시를 추가로 더 늘이는 것은 말이 안 되고, 택시회사와 협의를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뒤이어 “여성 운전자도 충분치 않을 뿐더러 여성 전용 택시 자체가 범죄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전용 택시는 취지 자체가 잘못됐다

여성 전용 택시의 취지 자체가 남성을 역차별한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여성계 일부에서도 논란거리다. ‘여성 전용’이 아닌 ‘여성 분리’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지난 번 도입한 ‘핑크’가 여성의 대표 젠더색이라는 점에서 젠더가 지닌 관념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남성들은 이것이 나아가 남녀의 역차별이 될 것을 우려했다. 대학생 박기윤(가명‧27)씨는 “범죄는 남녀 구별 없이 모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범죄해결을 남성, 여성으로 나누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택시 수는 한정 돼 있는 상황에서 여성 전용 택시가 생기면 남성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역차별이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 외에도 여성 전용 택시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대학생 최동준(26)씨는 “여성 전용 택시는 범죄를 줄이는 것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여성을 특히 성 범죄의 대상으로 보는 차별적 시각을 해소해야 진정한 범죄 예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러시아, 영국, 멕시코, 독일 등에서 ‘핑크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 운동가들의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반 여성들의 호응은 꽤 좋은 편이다. 여성 전용 택시가 미봉책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외국의 사례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여성 전용 택시 도입에 반발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도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공공연히 일어나는 현실에선 임시방편일지라도 여성 전용 택시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시 도입 후 폐지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꼼꼼한 제도적‧사회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