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구합니다. 지인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생명이 매우 위험합니다. 헌혈증 갖고 계신 분들 도와주세요.” 메신저나 SNS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백혈병, 림프종 등 희귀병 환자의 보호자나 지인의 요청인 경우가 많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퍼뜨리고, 자연스럽게 헌혈증이 전달된다. 보호자는 환자가 위독한 상황에서 급한 마음에 헌혈증을 최대한 많이 모으고, 글을 읽는 사람도 딱한 사정을 지나치지 못하고 선뜻 증서를 양도한다. 빠른 시간 안에 도움의 손길이 모이지만, 이 방법은 헌혈증 매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헌혈증 요청 글이 많아서다.
 

속설1: 헌혈증을 갖고 있어야 다른 환자보다 먼저 수혈을 받을 수 있다?
 

헌혈증이 없다고 해서 수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헌혈증에 위중한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헌혈증은 수혈 여부 자체보다는 수혈 ‘비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현재 제도상 의료보험에 등록된 환자의 경우 혈액 금액의 80%가 공제되며, 20%만을 부담하게 되어있다. 이 때 헌혈증이 있으면 나머지 20%도 공제된다. 다만 검사비, 수혈세트비 등의 부대비용은 본인이 내야 한다. 이러한 정산의 모든 과정은 퇴원수속을 밟을 때 이루어진다. 

헌혈증을 많이 갖고 있어야 다른 환자보다 수혈을 먼저 받을 수 있다거나 치료가 빨리 진행된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입원한 상태보다 더 급박한 상황, 가령 ‘수술 중 혈액이 부족해 당장 생명이 위험하다'며 헌혈증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혈액을 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증서가 없다고 해서 의료진이 수술이나 치료를 중지할 수는 없다. 수술이나 치료 중 혈액이 부족한 것은 헌혈증서가 아닌 혈액 절대공급량이 부족한 것의 문제다.



속설2: 헌혈증 여러장이 모이면 곧 혈액 한 팩?


두 장 이상의 헌혈증에 혈액 한 팩이 상당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헌혈증을 요청하는 글에는 가끔 헌혈증 장당 혈액이 몇 팩에 상당하는지도 언급된다. ‘8장당 한 팩’, ‘1장당 한 팩’과 같은 식이다. 구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보니 헌혈증서와 요청 글 자체에 불신을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어떤 종류의 혈액을 얼마나 수혈할지는 의사의 처치에 달려있다" 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헌혈은 성분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한 명의 헌혈자로부터 채혈된 혈액을 '전혈(Whole blood)'이라고 한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헌혈이 모든 성분이 포함된 이 전혈헌혈이다. 전혈에는 농축적혈구, 농축혈소판, 성분채혈혈소판, 동결침전제제, 백혈구제거혈액제제등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특정 성분이 부족한 상태일 때 의사는 ‘성분’ 혈액 수혈을 결정하게 된다.

성분헌혈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급량도 적다. 따라서 전혈에서 제제를 추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혈소판이 부족한 환자에게 수혈해야 할 농축혈소판 혈액 팩이 부족하다면, 전혈에서 해당 성분만을 추출해 수혈 받아야 한다. 전혈 헌혈증이 있으면 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 추출된 성분을 합해서 계산하지 않고, 수혈량에 상관없이 한 장당 한 팩의 혈액 비용이 공제된다. 

헌혈증, 정말 꼭 필요한곳에 기부하고 싶다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야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포함해 헌혈증 모금 글을 쓰면 매혈이나 사기 등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렵게 된다. 특히 겨울철 혈액 수급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중고물건 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급박한 상황을 빙자한 헌혈증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좀 더 안전하게 헌혈증을 받고 싶다면 대한적십자사의 무상 기증증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환자와 가까운 혈액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병명이나 수술 종류의 기준이나 헌혈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양도 받을 수 있다. 헌혈증서를 갖고있는 사람도 증서기증을 통해 안전하게 도움을 주는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