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이제는 웬만한 사건사고에는 무뎌질 대로 무뎌진 사람들조차 믿기 어려운 소식이 신문을 장식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믿기 어려운 뉴스. 그리고 정확히 일 년이 흘렀다. 그는 그렇게 황망히 세상을 등졌지만, 생전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5월, 다시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콘서트 ‘power to the people 2010' 라는 이름의 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8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마지막 날이었던 5월 23일 위성으로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여 동시에 진행되었다.




애초 노무현 재단 측이 서울시에 요청한 광장사용 허가 신청은 다른 공연을 이유로 불허되었었지만 며칠 전 다시 허가승인을 받아 추모 문화제를 열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부터 내리던 비가 체 그치지 않고 조금씩 뿌리는 가운데 행사가 예정된 7시가 되기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을 찾았다. 노란 색 풍선으로 서울광장이 꾸며졌고 건너편 덕수궁 앞에는 헌화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사람들은 질서 있게 줄을 서서 그를 애도하길 원했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콘서트는 자연 여러 정치적 쟁점들이 부각이 되고 사람들의 선거를 독려하는 자리가 되었다. 서울광장 주변에 설치된 부스들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을 촉구하고 독도문제, 4대강 사업을 규탄하는 서명을 받기도 하였고 사람들은 ‘6월 2일 복수할 거야’ ‘MB 심판’ 등의 구호가 써져있는 플렌 카드를 들었다.

7시가 조금 넘자 광장은 꽉 들어 찾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위성으로 부산과 연결되어 동시에 진행되는 행사이다 보니 설치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일부 추모객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곧 짧은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인 곽노현 교수는 ‘그리움이 된 우리 시대의 스승 노무현 전 대통령께’ 올리는 추모사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약해지지 않고 당신이 그러했듯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교육감 후보인 것을 의식해서인지, 추모사에서 사람 위한 교육을 통해 당신이 소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곧이어 위성으로 연결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부산에서 명계남씨가 등장했다. 그는 ‘보고 싶습니다. 허전해서 미치겠습니다. 그리워서 미치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오열했고, 일부 추모객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사람들의 눈물로 추모 콘서트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사람들은 ‘옳소’를 외치며 명계남씨의 말에 동조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도종환 시인이 나와 콘서트를 장식했고 이어서 서울에서 다시 문성근씨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문성근씨는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모인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전임 대통령을 예우하는 전통이 바로 이런 것이 이었냐고, 민주화 운동 당시 모진 핍박과 고문을 받았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 정권에 대해 일절 보복을 하지 않고 자신의 대에서 깨끗하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 했지만 10년 만에 그 전통은 무참히 짓밟혔다. 이에 문성근씨는 ‘문제는 나 자신이고, 이제 내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 내가 먼저 행동하시겠습니까?’라며 투표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말자고 말해 추모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식에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가 빠질 수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에 각각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그들은 선거운동으로 수척해보였고 특히 유시민씨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배려와 연대 속에서 진보의 미래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노무현 가문의 장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야당 측에서는 이번 추모제를 선거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는 듯 했다. 아무래도 계속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지지율을 좁히지 못한다면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한명숙 후보는 이 행사가 끝난 직후부터 ‘10일 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였다.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지방선거가 이용당하고 있는 것을 규탄하며 매일 저녁 7시 명동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광장을 열 예정이다.

강산애, 안치환, 윤도현 밴드 그리고 명사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 ‘사람 사는 세상’의 공연들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기는 등, 추모제였지만 엄숙한 분위기라기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간의 화합의 장이였다. 추모 콘서트는 11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많은 추모객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애초 우려했던 충돌이나 불미스러운 일들을 없었다. 이번 추모제가 선거판에 다시 ‘노풍’을 만들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