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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에서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80년대 암울했던 우리 현실과 자유로운 새들의 모습을 비교하여 그 시대의 절망감과 좌절감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새들은 시인이 말했던 절망을 느낀 것일까?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떠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겨울 철새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철새들이 해마다 머무는 지역 중 많은 곳이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공사 중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22조원 여를 투입하여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포함한 4개 강과 18개 하천을 재정비하는 대규모 공사다. 준설작업을 통한 강바닥 재정비, 홍수를 대비한 보 설치 등이 주된 내용이며, 3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2년에 마무리 짓는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친환경적인 자연환경을 조성하여 살아있는 강, 동식물의 낙원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4대강 사업의 큰 줄기 중 하나는 준설을 통해 수심 6m로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강바닥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의 대부분은 잠수를 깊게 하지 않는 수면성 오리류이다. 이들은 수심이 얕은 강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강 중간에 있는 모래섬인 ‘하중도’에서 휴식을 취한다. 만약 ‘4대강 살리기’ 계획에 따라 하중도를 없애고, 강바닥을 깊게 판다면 새들이 먹을 것도, 쉴 곳도 없어진다. 철새가 머물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 사업 구간 중 하나인 금강 하구 둑은 국내 3대 철새도래지의 하나로, 멸종위기보호종인 가창오리와 더불어 청둥오리, 쇠기러기 등이 겨울을 나는 안식처이다. 특히 가창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의 99%가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하기에, 해외에서도 우리나라로 가창오리를 보러 오곤 한다. 군산시에서는 이를 지역특화상품으로 삼아 매해 겨울 철새 탐조 행사를 주 내용으로 하는 축제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꽤나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축제에는 정작 주인공인 철새들이 많이 오지 않아 행사 관계자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철새가 금강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고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11월까지 지속되는 고온현상과 4대강 공사에서 나오는 소음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뜻한 기온이 계속되면서 북쪽에 있던 겨울철새의 남하가 늦어지는 데다 최근 금강 일대의 4대강 공사장 소음이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공사장 소음 말고도 강에 오일펜스를 설치하기 위해 모터보트가 며칠이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다녔다고 한다. 새들은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소음과 공사장의 먼지 등은 큰 위협이 된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철새가 오길 바라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금강하구의 가창오리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김태영>


 지난 19일, 금강 조류현황조사를 위해 실제로 가본 금강은 지난 2008년 겨울, 같은 조사로 들렸을 때와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많은 부분에서 이미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금강 하구 지역을 5개로 나눠 진행한 이번 조사는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올해 금강은 재작년 조사 정보와는 아예 지형 자체가 다르게 변형된 곳이 많았다. 특히 준설작업이 한창이던 어느 지역은 강의 모양 자체가 변하여 지도를 참고하지 않고는 그 전과 같은 지역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위에도 말했다시피 새들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지역은 2년 전에 비해 관찰된 종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특히 전체 조사 지역에서 가창오리의 경우, 2년 전에 25만여 마리가 관찰되었던 반면, 올해는 6만여 마리에 그쳤다. 금강 주변의 자연풍광과 그 곳에서 노니는 새들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이 풍경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자손들에게 빌려서 쓰는 것일 뿐이란 말이 있다. 새들이 떠나가는 강에서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영화롭게 그것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