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의 성상납 리스트는 국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을 덮기 위해 고의적으로 터뜨린 것이다.’ 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얼마 전 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 결정은 지지부진하지만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법률 개정은 전광석화의 속도라며 국회의원 존재 의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여론이 들끓던 와중에 故 장자연씨의 친필 편지가 발견됐다는 것이 한 방송사 뉴스를 통해 알려졌고 언론은 이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보도 자료가 아닌 기사와 뉴스는 메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틀 뒤 일본 지진 참사가 일어나면서 각종 언론사의 중요 헤드라인은 일본 지진 관련 소식이 주를 TV뉴스뿐만 아니라 신문의 지면의 주를 이뤘다. 정치자금법 처리, 4.27 재보선, 故 장자연 사건 등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소식들은 드문드문 보이거나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우리나라의 언론과 대중들은 자극적인 소식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의 언론은 작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의 도발 및 월드컵 ․ 올림픽 ․ 피겨 세계 선수권 대회와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 과거 대구 지하철 참사나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국가적 재난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주목 받을 거리가 생기면 오로지 그와 관련된 뉴스 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가 과연 옳은 것일까?




물론 뉴스의 신속성이라는 특성상 특종은 매우 의미가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났으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 쪽으로 쏠리고 또 그와 관련된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 역시 언론의 의무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은 오로지 특종만을 위한 보도에 전력을 다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사고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 오늘은 비중 있게 다루던 소식이 있다, 그런데 다음 날 오늘 다뤘던 내용보다 더 센 사건이 터지면 오늘의 보도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에 바쁜 것이 우리 언론의 모습이다. 심층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사건, 지속적으로 보도하여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어야 될 사례, 잘못되었단 지적을 받았던 문제 이 모든 보도들이 특종이라는 미명 하에 사라지고 감춰지고 있다.

황금 방송대인 공영 방송사의 9시 뉴스 내용의 70~80%가 하나의 사건과 관련된 보도라면, 신문 지면에 1면의 톱기사와 관련된 기사량이 과반수가 넘는다면 문제가 있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라도 그 날 있었던 다른 사건 모두의 보도를 덮을 만큼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물론 대형 사건이 있었다면 그와 관련해 다뤄져야 할 내용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뉴스 역시 간략하게나마 알려줄 의무가 있고 대중들은 알아야 한다. 특정 사건에 대한 편향된 보도가 오죽 심하면 ‘선거철마다 있는 북한 관련 사건은 특정 정당이 선거를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공작이다.’ 라는 소문까지 돌겠는가? 우리 언론 보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못 하고 편협하기에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뉴스는 특종과 같이 새롭고 신선한 소식을 전해 주는 것 외에도 대중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것, 중요하지만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 짚어주고 상기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언론의 뉴스 보도는 좀 더 폭 넓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언론은 더는 본인들의 취재 자유를 위한 ‘알 권리’가 아닌 국민들이 알아야 될 사건에 대한 보도를 위한 ‘알 권리’ 이행에 의무를 다 해야 한다. 또, 신속하고 정확하게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며 최대한 다양한 내용을 신문과 TV 뉴스에 담아 당일 일어난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대중들이 알게끔 해야 한다. 모든 정보가 가감 없이 전달될 때 대중들은 뉴스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새로운 특종이 터질 때마다 끊이지 않는 '이번엔 또 어떤 일을 덮으려고?'와 같은 의심의 눈초리 또한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