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미국의 유명한 게임회사 블리자드 사가 만든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아시나요?’ 라고 묻는다면 ‘모르겠어요.’, ‘스타크래프트요? 처음 들어보는데요.’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구나 다 게임을 해보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이름만큼은 한 번쯤 들어봤을 스타크래프트는 우주 종족 간의 전쟁을 모티프로 한 게임이다. 얼핏 보기에 이 게임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게임은 현실 세계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게임이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정찰을 떠나는 일꾼)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정찰’이다. ‘정찰’은 나와 게임 상에서 전쟁을 하는 상대방이 현재 어떤 전략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정보 없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정찰’ 없이는 온전한 게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정찰은 한 번만 수행되어서는 안 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꼼꼼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변화하는 전략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 밖 세상으로 나와 보자. 현실 세계에서도 ‘정찰’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관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그런데 혹시 이 언론이 자유롭게 ‘정찰’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방해를 받아서 올바른 정보 전달을 할 수 없다면 어떨까? 게임에서 갑자기 정찰을 할 수 없을 때를 생각해보자. 쉽게 답이 나온다. 아마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것이다.

단순한 가정이었더라면 좋을 이러한 일이 놀랍게도 현재 자행되고 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논란, 검사와 스폰서, 4대강과 대운하의 관계,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 수년간 사회 주요 문제들을 밀착 취재해온 MBC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PD수첩이 바로 이러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MBC는 지난 2일 김태현 팀장, 홍상운 프로듀서, 최승호 PD등 PD수첩 제작진 11명 중 6명을 타 부서로 전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는데, 모두 PD수첩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질 만큼 수년 간 PD 수첩의 제작에 힘써온 이들이었다.

주요 사회 문제들을 파고들어 밀착 취재한 다음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PD 수첩의 보도 성격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일까. 이번 인사에서는 과거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없앴거나 비판적 시각의 진행자를 교체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 다수 발탁되었을 뿐만 아니라, PD수첩이 소속된 시사교양국의 신임 간부들 역시 ‘공정방송노조 출신’이거나 ‘PD수첩 연출 경험이 전무’한 인사로 채워졌다. 최근 뉴스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PD수첩 죽이기’ 라는 용어가 무색하지 않다.



 


PD 수첩은 탐사 보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탐사보도란 심층적 탐사를 통한 취재 및 과학적 보도 방법을 일컫는 말로, 팩트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발생한 사건이나 사안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 이해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진실까지 파헤치는 것을 뜻한다. 다시 스타크래프트의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보자면 빈틈없이 꼼꼼히 정찰하여 상대방의 전략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탐사 보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국민들에게 정국 운용에 떳떳하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객관적 사실 앞에 떳떳하며 정책이 잘못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비판을 받고 시정해 나가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여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행위는 옳지 않다.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장 억울하게 지는 게 뭔 줄 아는가? 상대방이 한 ‘몰래 멀티’, ‘몰래 기지’ 때문에 지는 것이다. 정찰이 부실하게 이뤄질 때 이와 같은 이유들로 게임에서 지게 된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