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만나볼 덕후는 ‘오덕’, ‘오토바이덕후’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형수 씨(2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이크를 탄지는 약 3년째.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스피드를 좋아하고 스피드를 즐길 줄 아는 그는 ‘오토바이덕후’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지녔다. 바이크를 사기 위해 식비를 아낀 내력이 있고 당장 내일인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다 답답하면 바이크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그. 그렇게 달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 오히려 공부가 잘 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 바이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학교가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큰 거예요.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스쿠터를 탔는데 재밌고 또 편하더라고요. 그 후로 계속 타고 있어요. 스쿠터도 탔다가 바이크도 탔다가 하면서요. 또 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반인데 바이크로는 25분이면 가거든요. 그러니 안탈 수가 없죠.

Q
. 지금 타고 다니시는 게 10번째 스쿠터라고 하던데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바이크는요?
A. 네. 이것저것 타보고 싶은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바꾸게 됐어요. 야마하 마제스티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다섯 번째에 탔던 건데요. 편하고 고장도 잘 안 나고요.

Q
. 바이크 보실 때 어떤 걸 먼저 보세요?
A. 디자인과 성능을 똑같이 봐요. 영국산 ‘멕겔리’라는 바이크가 있는데 디자인은 정말 예쁜데 성능이 너무 떨어져요. 이런 것보다는 성능도 좋으면서 디자인도 괜찮은 걸 주로 찾죠. 그 다음으로는 배기량을 보고 마지막으로 보는 건 수납공간이에요. 제가 사고 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부모님께서 바이크 타는 걸 싫어하셔서 부모님 모르게 타고 있거든요. 헬멧을 꼭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수납공간이 중요하죠.

Q
. 바이크로 재테크를 하신다는 얘길 들었어요.
A. 제가 이것저것 타보고 싶다보니까 주로 중고를 사요. 재테크의 방법은 간단한데요. 중고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거예요. 바이크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의외로 바이크를 잘 모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좋은 걸 싸게 파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사서 타다가 조금 고쳐가지고 비싸게 파는 거예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머플러(내연기관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될 때 나는 폭음을 줄이거나 없애는 장치) 튜닝을 해요. 시끄럽게 한다든가 드레스 업(색깔을 입히는 것)을 하는데 이게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고 있어야 중고로 나온 바이크가 비싼지 싼지 알 수 있잖아요. 그걸 알아 놓는 거죠. 그래서 싸게 나온 걸 산 다음에 시세를 익혀서 시세보다 조금 비싸게 파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여태까지 한 200만 원쯤 벌었어요. 

Q
. 역시 요즘에는 정보가 돈이군요. 그럼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으세요?
A. ‘바이크&튜닝매니아’라는 네이버카페가 있는데 여기에서 제가 활동을 많이 하거든요. 거기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많이 알 수 있죠. 아 그런데 사기 당한 적도 있어요. 작년 4월쯤이었나? 제가 매물로 바이크를 올려놨는데 새벽 1시에 전화가 온 거예요. 대차하고 싶다고요. 제가 타고 싶었던 거라 만나서 교환을 했는데 다음 날 보니까 사고 차였어요. 그래서 마음고생 좀 했었죠. 그래서 그 뒤로는 밤에 거래를 안 해요.

Q
. 그런데 바이크를 타면 많이 위험할 것 같아요. 아까 사고 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A. 네 1학년 1학기 기말시험이 끝나고 방학 때였는데 친구들이랑 학교 근처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 때가 새벽 2시 쯤 됐었는데 갑자기 바이크가 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학교를 달렸는데 좀 빨리 달렸어요. 한 시속 120km로요. 앞에 정문이 있는데 정문이 까매서 잘 안보였어요. 저는 문이 열려있는 줄 알았는데 닫혀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대로 돌진했는데 헬멧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부딪혔어요. 그래서 한 2달 간 입원했었죠.

Q
. 그렇게 크게 사고가 났으면 안타실 법도 한데 지금도 계속 타고 계시네요?
A. 바이크가 위험한 줄은 아는데 그래도 재미있고 스릴이 있으니까 계속 타게 되는 것 같아요. 상상하는 만큼 위험한데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재밌거든요. 다만 사고 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 좀 더 안전하게 타죠. 웬만하면 시속 120km로 달리는 건 자제하고요. 사실 바이크 타는 걸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많고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해서 -특히 부모님께서요- 작년 6월에 이제 그만 타려고 바이크도 팔았는데 올해 2월부터 다시 타고 있어요.

Q
. 바이크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동호회 같은 것도 하세요?
A. 아까 말씀드렸던 ‘바이크&튜닝매니아’에서 활동하고요. 저희 학교에 ‘프로젝트Y’라는 바이크 동호회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활동했었어요. 작년 6월에 바이크를 그만타기로 결심하면서 탈퇴했지만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랑 같이 타는 것보다 혼자 타는 걸 더 좋아해서 동호회 같은 걸 많이 하지는 않아요.

Q
. 바이크가 왜 그렇게 좋은지 궁금해요. 
A. 우선 재미있으니까요. 스릴도 있고 과시욕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로에서 다른 바이크가 보이면 쫓아가기도 해요. 다른 바이크가 보이면 경쟁심이 생기는 거죠. 어제는 투스가니(현대 스포츠카 모델명)가 괜히 추월했다가 빠지는 거예요. 그래서 또 쫓아가고 그랬어요. (하하)

Q
. 혹시 묘기 같은 것도 할 줄 아세요? 앞바퀴 들고 막 그런 거요.
A. 해본 적은 있어요. 앞바퀴 드는 걸 윌리라고 하는데 그 땐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앞에 차가 있어서 피하려다가 얼떨결에 하게 됐어요. 그런데 재밌어서 그 후로 몇 번 더 해보기도 했어요. (하하) 그런데 위험해서 잘 안 해요.

Q
. 바이크 타는 사람들은 굉장히 멋있어 보이고 그러는데 그런 게 연애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A. 사실 그 덕분에 많이 만나본 것 같아요. (헉 우스갯소리로 던진 질문이 얻어걸렸다.) 제가 타는 걸 본 여자애들은 거의 다 태워달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태우고 드라이브 갔다 오고 그러면 친해지고 만남의 계기가 되는 거죠. 전 여자 친구도 그렇고 지금 여자 친구도 그렇게 만났어요.  

Q
.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바이크에 대해서 되게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바이크가 있나요?
A. 각자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가볍게 50cc 클래식 스쿠터를 탄다고 하면 야마하 비노50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가장 예쁘고 성능도 괜찮아요. SYM 미오50도 좋고요. 만약 돈도 좀 있고 부모님 허락도 받았으면 125cc를 타는데 여기서는 야마하 마제스티나 SYM 보이져125가 괜찮아요. 보통 이정도요.

Q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 꼭 타보고 싶은 바이크를 말씀해주세요.
A. 바이크가 125cc까지는 원동기면허나 자동차면허로 탈 수 있는데 그 이상이면 따로 면허를 따야 해요. 그 면허 따기가 되게 어렵긴 한데 그 면허를 따서 125cc 이상의 바이크를 타는 게 저의 목표이고요. 저의 드림바이크는 혼다 골드윙1800이예요. 아시다시피 제가 스피드 즐기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 바이크를 사서 뒤에 제트스키를 끌고 한강에 가서 제트스키를 꼭 타보고 싶어요.


스쿠터와 바이크의 차이에도 갸우뚱할 정도로 바이크에 무지한 나였지만 ‘오토바이덕후’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알차고 재미있었다. 인터뷰를 글로 정리하는 시점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그가 ‘덕후’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집중하며 더욱이 실제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앞으로의 ‘덕후’들이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