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께서 요즘 안보이시더니 정말 대단한 법안을 생각하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18일 어제, 의원님이 국회에 제출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니 정말 놀라서 입이 ‘떡’벌어질 수밖에 없던데요? “학교장 및 대학총장이 인정하는 교육목적 외의 초·중·고는 물론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내에 주류반입을 금지”하고 “초중고 및 대학 등에 주류를 반입한 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죠.

의원님, 젊은이들이 본인처럼 공부는 안하고, 술 먹고 돌아다니는 모습 보면 엄청 안타까우셨죠? 그 마음 이해합니다. 더구나 대학가에 아직도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남아있고, 그 때문에 매년 신입생 환영회 때 안타깝게 죽는 학생이 생기는걸 보면 의원님 마음이 참 아프셨을 겁니다. 한나라당 의원 9명 중 대표로 나서서 발의하신 것은 의원님의 학생들 사랑하는 마음이 유달리 커서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방법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음주는 도덕의 영역에서 통제되어야 할 일이고, 법으로 통제해야 할 일이 아니죠. 독일의 법학자 옐리니크가 아주 유명한 말 하나 남겼잖아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의원님께서 이 말에 동의하든 안하시든 국민들은 이미 고등학교 윤리 책에서부터 이 말을 접했고, 법이 도덕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학내에서의 음주 여부’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일까요?

제가 변호사이자 법학박사인 의원님 앞에서 법 이야기를 한다니 민망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의원님의 발의한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우리나라 헌법에 합치되는지 의심스러워요. 대학 내에서의 주류 소지와, 나아가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과, 17조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요.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국민의 자유권은 법률로도 함부로 침해할 수가 없습니다.

법률로서 자유권을 제한할 때는 헌법 37조 2항에 근거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겠죠. 다른 방법을 가지고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라야 하고(적합성, 보충성),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 (최소 침해), 제한되는 이익보다 보호되는 이익이 클 때(상당성)여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음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하여, 아예 학내에서 음주를 제한한다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여요.

비슷한 예로 ‘흡연’이 있죠. 흡연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의 법적 통제가 가해지고 있습니다. 학교 내에도 금연구역이 지정되어 있고, 그곳에서 담배를 피게 되면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그러나 음주를 통제하는 것은 흡연을 통제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에요. 판례상 흡연권보다, 비흡연자가 담배연기를 거부할 수 있는 혐연권이 생명권과 관련되어 더 우위인 기본권으로 여겨지고, 그렇기에 흡연권은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리방에서, 잔디밭에서 맥주 한잔마시는 것이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의원님께 기본권 침해에 대해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겠죠. 의원님께서는 3대 고시를 전부 패스하시고, ‘솔로몬의 선택’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보여주신 분이잖아요. 저의 학부생스러운 논리를 가볍게 누를만한, 법안의 정당성을 이야기 하실 수 있으시겠죠. 아무렴요. 하지만 기본권 침해의 문제뿐만 아니라, 술자리 문화의 문제점은 대학생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생각 안 해 보셨는지요? 만약 음주 자체가 야기하는 폭력적인 술 문화나, 음주 이후 폭력적인 행태가 사회 안전이나 공공복리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음주 자체를 금지해야 해요. 그런 행태가 대학생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 술을 강권하는 폭력적인 술자리 문화는 사회에 만연해있죠. 이것은 대학생만의 악습이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문화를 대학생들이 답습한 겁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들이 먼저 술자리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모범을 보이고, 그 다음 대학생들에게 올바른 술자리 문화를 요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마치 술자리 악습이 대학생들만의 문제인양 말하며, 대학생들의 술자리를 법으로 제제하려고 하면 어떤 대학생이 그 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신지호 의원 같은 분은 술 마시고 공중파 방송에도 나갈 만큼. 자신들이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관대한 분들이, 대학생들 보고는 술을 먹지 말라니까 기가 막힐 수밖에요.

 

▲출처 - 시사인



그리고 의원님께서는 너무 똑똑하셔서 그런지 국민들의 법 감정을 하나도 모르시는 거 같아요. 사회의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법 감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술 마시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 같은 것을  통제하려고 하니 너무 우습게 느껴져요. 왜 과격한 애정행각으로 눈살 찌푸리게 하고 학업에 방해가 되게 하는 커플들 많으니 ‘대학 내 연애 금지법’도 만들어보시던가요.

천재에도 급이 있습니다. 1930년대 작가였던 이상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로서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었죠. 그러나 의원님과 같이 ‘파쇼가 되어 버린 천재’는 한국 정치에 먹칠만 할 뿐이에요.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파쇼들이 권위와 법으로 개인의 사적인 부분까지 통제하려고 합니다. 그들과 비슷한 행동을 의원님께서 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