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여자는 힘들다. ‘그 날’이 된 여자들은 신경이 날카로워 지기도 하고, 괜히 우울해 지기도 하고,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 만큼 아프기도 하다. 그 증상들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생리공결제’다. 생리공결제는 여학생이 심한 생리통으로 결석할 경우 매달 하루는 ‘공적인 결석’으로 간주해 출석 처리되는 제도다. 이는 2006년 1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생리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발표를 해서, 2006년 3월 1일부터 법률화되어 시행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특히 이 제도는 대학가에 도입되자 여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대부분 생리공결제 사용을 월 1회, 학기당 4회로 제한하고 있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많은 여학생들의 인식은 이러했다. ‘보통 일주일동안이 생리기간이라면, 그 중 생리통으로 며칠 내내 고생을 할 수도 있는데 하루정도는 출석을 인정해줘도 괜찮다.’ 문제는 유용한 만큼 말도 많다는 것이다. 

출처 : 중대신문


 생리공결제를 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들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2010학년도 1학기 하루 평균 생리공결 신청자는 189명인데 반해 어린이날(5월 5일)을 기준으로 전날(5월 4일)에는 335명, 다음날(5월 6일)에는 379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또한 석가탄신일(5월 21일) 전날(5월 20일)에도 평소보다 많은 238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중대신문 2011.10.04 참고》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학생들이 본인의 생리 주기와는 상관없이 주중에 공휴일이 있으면 그 앞·뒤를 계산해서 공결을 신청하는 것이다. 보통 생리공결제를 이용하는 여학생들 중에는 생리통이 심해서 사용하는 여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전 날 과음을 해서, 아침에 늦잠을 자서, 친구들과 놀러갈 약속이 있어서’와 같은 이유로 생리공결제를 이용하는 여학생들이 더 많다. 실제로 한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L씨는 “처음에는 생리를 할 때에도 그냥 학교에 나갔어요. 근데 주변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 출석인정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프지 않아도 그냥 신청해서 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학생의 건강권과 모성보호를 위해 도입된 생리공결제가 잘 쓰이면 정말 의미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남용하고 있다. 남용에 따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면 정작 피해를 보는 사람은 생리통이 심한 여학생들이다. 중앙대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M씨는 “정말 생리통이 심해서 생리공결제를 신청했는데 괜히 거짓말한 것처럼 기분이 찝찝했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는 클릭 한 번으로 생리공결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도입 첫 학기인 2006학년도 2학기이후 생리공결제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학생들은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이 생리공결제를 신청한다. 연세대학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학사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생리결석계를 작성한 뒤 당일자 교수에게 직접 제출하면 된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K씨는 “생리공결제를 신청하는 방법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생리통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생리결석계를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K씨는 “생리통이 아닌 다른 이유로 생리결석계를 쓰고 나니 정작 생리통이 심할 때 생리결석계를 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학생들이 수업 한 번 빠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모순적인 행동이다. 결석하고 다음 강의 시간이 돌아왔을 때, 교수님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미는 그 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 제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