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생리통을 참지 못하고 게보린 한 알 먹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상쾌한 기분은 느낄 새도 없이 뻐근함이 먼저 느껴진다. 수업은 아침 9시, 1교시다. 생리공결을 신청할까 고민하다가 귀찮을 게 뻔하니 그냥 오늘은 우먼스 타이레놀을 두 알 먹고 학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생리공결제를 신청할 수 있는 대학엔 그만큼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보니 아예 ‘생리공결제’라고 주어진 권리를 누릴 수조차 없는 대학도 있다. 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신청하려고 할 때 간단한 절차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복잡한 절차가 가져오는 문제도 있다.

 상지대학교의 경우는 생리 중인 학생이 교내보건소인 상지푸른의원에서 ‘소변검사’를 통해 생리 중인 것이 입증되면 확인증을 발급해준다. 상지대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H씨는 “생리공결제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주변에 사용하는 학생들도 없을뿐더러 알고 보니 그 절차가 복잡해서 사용할 엄두도 안나요. 생리통이 심할 때는 학교에 나가기도 힘든데, 확인증 받으러 그렇게 가느니 차라리 참는 게 나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생리통이 심한 여성의 경우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이런 상황에 생리 중인 것을 확인받으러 병원까지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한양대학교의 경우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후 의사소견서/진단서/진료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특별히 지정 병원은 없지만, 진료 확인서에 ‘생리통’ 또는 ‘월경통’이라는 글씨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수기로 된 진료 확인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생리공결출석인정서 접수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E씨는 “한 한기에 한번 꼭 산부인과는 아니더라도 병원에 가서 ‘생리통/월경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진료확인서를 받아 양성평등센터에 갖다내요. 매월 그 주기에 생리공결을 신청할 수 있어요.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은 좋은 것 같은데 ‘생리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진료확인서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교수님한테 제출할 때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차라리 그냥 병결로 처리하고 싶은 심정이에요.”라고 말했다. E씨의 말처럼 이 제도가 갖고 있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학생의 경우 사용할 때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출처 : 한양대학교 양성평등센터


 아주대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리공결제를 신청할 때, 최초에는 반드시 병원진단서를 첨부해야 한다. 진단서에는 반드시 ‘생리통’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신청부터는 증빙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 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J씨는 “생리공결제요? 처음 들어봐요. 심지어 저는 간호학과인데 제 주변 친구들도 모르고, 사용을 안 하는 거 보면 학교에서 제도 자체를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그 제도를 사용하려고 해도 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굳이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라고 말했다.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와 그 제도에 대해 모르는 학생, 그리고 제도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생리 중’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까.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B산부인과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생리통 진단서’ 발급 절차에 대해 “진짜로 생리통이 심해서 진단서가 필요한 경우에만 발급을 해드려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발급해드리지 않아요. 생리통 진단서를 받으려면 초음파검사를 하고 생리통의 원인을 밝힌 후, 의사선생님의 진찰을 받아야 해요.”라고 말했다. 생리통이 있는 여성들 중에서도 진짜 심한 경우에만 이 검사를 받고 ‘생리통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리통의 심한 정도를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아픔을 느끼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절차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생리공결제 남용을 막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남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생리통 약을 먹고 겨우겨우 버티는 여학생들에게 복잡한 생리공결제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확인증을 받겠다고 병원을 찾아가느니 차라리 집에서 하루 푹 쉬고 결석하는 편이 낫다. 언제나 극단적인 것은 문제가 된다. 생리공결제 신청을 위해 마우스 버튼 한 번 누르는 것과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오는 것, 이 두 방법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 벽을 허물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에서 당장 절차적인 문제를 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에 맞는 대안을 세우기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하는 대학에서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