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 마디가 20대들을 들끓게 했다. 2.9%로 집계된 10월 실업률을 두고 ‘고용대박’이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였다. 국민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조차 “정신 못 차렸다”며 그를 비판했다. 비판이 일자 그는 서민지표가 개선돼 기쁜 감정이 들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청년층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명 뒤에도 비판은 이어졌다. 정부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며 ‘고용대박’이 아닌 ‘실업대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통계청을 제외한 연구기관에서 산출해낸 실업률을 보고 있자면, 오히려 ‘실업대박’이 현실에 어울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서울지역 20대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잠재실업자가 21.2%고 실업률도 5.4%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통계청 발표 수치의 두 배에 가까운 실업률이다.

그 뿐 아니다. 23일 <조선일보>는 “통계청이 집계한 전년도 3분기 청년 실업률은 7.6%지만, 한국고용정보원의 집계에 의하면 같은 기간 실질 청년실업률은 무려 16.7%에 이른다”고 썼다. 두 수치 모두 공공기관이 발표한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출처 : 통계청



통계에 관한 유명한 경구가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거짓말쟁이가 숫자를 이용할 뿐이다.”라는 말이다. 정부의 실업률 발표를 볼 때마다 곱씹게 되는 말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중순 이후 청년 실업률은 약 6-7%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 문제는 결코 7% 정도의 수치로 표현될 수 없다. 오히려 <조선>이 보도한 16.7%가 20대의 실상에 들어맞는 수치일 것이다.

실업률의 허점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취업 준비생과 구직 단념자를 포함하지 않는 현행 실업률 집계 방식은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담당기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맞췄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며 몇 년째 실업률 측정 기준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실업률의 문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고용대박’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박재완 장관은 실업률이 낮은 것은 ‘(청년들의) 군 복무와 높은 대학진학률로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많이 편입되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그 역시 현행 방식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리스 시위. 출처 : 서울신문



정부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큰 시위가 일어났던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43%였다. 청년 실업률이 48%에 이르렀던 스페인에서는 얼마 전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이 큰 차이로 패배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치권은 연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처방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기관마다 상이한 기준으로 측정되어 발표되는 실업률은, 아직 정부가 청년 실업이란 병에 대해 진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기는 요원한 일이다.

앞서 인용한 말을 조금 바꿔보자. “실업자 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거짓말쟁이가 실업자 수를 이용할 뿐이다.”로. 같은 현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실업률을 내놓고 있는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낮은 실업률로 현실을 가려보려는 ‘거짓말쟁이’ 짓은 취업난에 우는 20대를 두 번 죽이는 일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