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인산인해(人山人海)가 된 거리, 머리 위로 보이는 학원들, 그리고 ‘성형외과’들이다. 성형외과의 이름만큼이나 시술부위도 다양화된 요즘, 그중에서도 ‘예쁜 몸매 만들기’에 집중하는 여성들을 위한 병원이 보인다. 친구와 함께 ‘무료’상담을 해준다는 그 곳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어깨 한 쪽으로 명품가방을 맨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은 아무리 봐도 흠잡을 곳 없는 몸매를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와 같은 병원으로 향하는 일행이 되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고객님, 잠시만 앉아서 대기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제일 먼저 들린다.

 매니저, 코디네이터라 불리는 간호사는 “처음 방문이세요? 그럼 고객카드 하나만 작성해 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계속해서 들어오는 고객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만큼 병원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이 병원은 ‘비만클리닉’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런데 비만클리닉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색할 만큼 이 곳을 찾은 여성들은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하나같이 날씬했다. 고객카드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는 란은 물론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다. 다이어트 시도에 대한 물음과 이 병원에서 시술받고 싶은 부위나 시술방법을 고르게 되어 있다. 이 병원에서 시행하는 시술에 대해 모른다면 참고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다양한 책자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책자들을 보고 있으니 이것도 저것도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자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성공기’를 다룬 책자였다. 성공기는 ‘어떤 시술을 했더니 이 정도의 감량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시술을 통해 저는 자신감을 얻었어요.’의 형식이었다. 여기서 ‘감량’은 허벅지 몇 cm 감소, 팔 몇 cm 감소와 같이 아주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성공기 만큼이나 병원의 치밀한 전략도 돋보였다. 병원은 베스트 성공기로 뽑히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서 다른 시술을 할 때 보탬이 되는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또한 목표치 감량에 성공하면 그만큼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마일리지’를 적립한 고객은 다음에 마일리지를 사용하고자 또 한 번 병원을 찾게 된다. 이런 식으로라면 감량에 성공한 여성들이 다시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또한 이 병원은 카드를 작성한 고객이 상담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상담에 필요한 체지방, 몸무게, 키를 측정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측정이 끝나면 측정결과지를 들고 상담을 받게 된다. 상담실 책상에는 고객 카드, 측정결과지, 큰 LED 모니터가 놓여있다. 상담이 시작되자 먼저 작성한 고객카드를 중심으로 다이어트 경험과 고민되는 부위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상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 팔을 벌리고 있을 것을 요구했다. 이곳저곳 손으로 꾹 눌러보고 고민되는 부위라 말했던 부분을 손으로 만져본다. 다시 상담이 시작되자 고민되는 부위는 고민하고 있는 대로 시술이 필요할 것 같고, 그 외에 다른 부위 몇 군데가 시술이 필요함을 얘기해준다. 의문이 드는 점은 정상체중에 체지방 수치도 정상인데 왜 굳이 시술을 하라고 하는 것일까. “시술을 받으시면 몸매가 더 예뻐지고 다듬어져요.” 상담사의 대답이었다.

ⓒ 한국경제 / 본 사진은 기사에서 언급한 병원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다시 커다란 LED 모니터로 시술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복부는 저주파지방분해, 카복시테라피가 적합한 방법이고, 허벅지는 메조테라피, HPL를 많이들 하시고 종아리는 RF시스템을 주로해요.” 시술 부위도 다양하고 그에 맞는 시술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시술방법 안내가 끝나고 가격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상담사는 한 달에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한 10만원은 투자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지방 분해주사 정도는 맞을 수 있겠네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간 친구가 한 달에 3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하자, 상담사는 더 구체적으로 예산만큼의 시술 계획을 세워준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인다. “8개월 정도는 꾸준히 오셔야 돼요.”

 이 모습이 비단 이 병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여성들을 유혹하는 병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만클리닉이 필요한 사람은 ‘날씬해지는 것’이 꿈이기에 이 병원을 찾는다. 이 부분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오히려 시술이 필요 없을 만큼 날씬한 여성들이 찾는 다는 것과 그 숫자가 많다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다. 병원을 방문해보니 누군가의 그 꿈이 허무해질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해졌다.